브라질이 중도좌파 노선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다 실바 대통령이 집권한 후 외교와, 수출을 필두로 한 경제 부문에서 국제사회의새로운 강자로 착실히 터전을 닦아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4일 분석했다. 신문은 '브라질 국제무대 부상'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특히 브라질이 틈새시장전략을 앞세워 수출에서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파이낸셜 타임스의 분석을 간추린 것이다. 브라질의 수출붐이 완연하다. 신발과 가구에서부터 철강과 자동차, 그리고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역동력이 대단하다. 8월까지의 지난 2년간 수출이 63% 늘어나면서89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2개월간 무역흑자도 316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산유국인 러시아를 제외할 경우 신흥시장국 가운데 단연 수위다. 수출 비중도 지난 98년국내총생산(GDP) 대비 6.5%이던 것이 17%로 급증했다. 브라질의 경제 외교도 주목된다. 지역경제 통합 노력과 함께 무역협상에서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내주 유엔총회 연설에서 빈곤퇴치 국제기금 설치를 제의할 예정이다. 최소한 50개국이 이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이미 아프리카 최빈국들에 대한 부채 3억1천500만달러 이상을 탕감했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한 후 선진국이 주도해온 G-20내의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이 막판에 어렵사리 절충점을 찾도록 하는데도 기여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과 이달초에는 설탕과 면화 보조금들을 둘러싼 무역분쟁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에 잇따라 승리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룰라 다 실바의 이같은 순항은 전임자인 페르난두 카르도수 전대통령이 정치.경제적으로 기반을 다져놓은데도 힘입은 바 크다. 헤알화 변동환율제 도입과 민영화개혁이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질이 99년 겪은 금융위기도 전화위복의 발판이 됐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운이 좋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시기가 세계경제 회복이 시작되는 때였다는 것이다. 또 중국의 급성장으로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바람에 주요 원자재 국가인 브라질이 어부지리를 본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룰라 다 실바의 잇단 `세일즈 외유'가 적기에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대규모 무역사절단을 이끌고 중국, 인도 및 남아공을 방문했다. 브라질의핵심 수출시장임이 물론이다. 그러나 장애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경기과열 진정책이 브라질 원자재 수출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산업가동률이 85% 수준이기 때문에 수출과 내수 수요가 마냥 늘어나는 것도 달갑지만은않다. 여기에 재계에서는 인플레를 감안해 평균 35%에 달하는 높은 금리와 GDP의 36%를 넘는 과중한 세부담을 불평한다. 또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한 예로 방대한 영토에도 불구하고 철도망이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자연 수송비가 높을 수 밖에 없어 중국,러시아에 비해서도 두배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질인프라협회(ABDIB)의 파울루 고도이 회장은 "경제가 호전되면서 인프라의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가면 빠르면 내년초부터 성장의 발목을 붙잡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경제가 향후 몇년은 계속 대외적으로 뻗어나갈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본격적으로 국제경제에서 부상하기 시작하는것이 브라질에는 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내수 확대가 브라질의 원자재와 공산품 수출 확대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브라질의 원자재가 싸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 예로 설탕의 경우브라질에서는 t당 생산가가 160달러 내외인데 반해 다른 원당 생산국은 250달러가넘는다. 유럽에서 500달러가 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된다. 철광석도 비슷한 케이스다. 브라질의 수출시장이 폭넓은 것도 유리하다. 멕시코의 경우 미국시장에 크게 의존해 그쪽의 경기에 민감한데 반해 브라질은 다변화 노력 속에 최근에는 남아공, 말레이시아 및 태국 등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공산품 수출 비중이 낮은 것도 향후 브라질의 잠재력을 뒷받침한다. 지난 60년대 10%에 불과하던 것이 약 55% 정도까지 상승했으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이런 상황에서 가공 쪽에 외국투자가 많이 들어온다고 브라질 양계회사 관계자는 강조한다.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무한하기 때문"이라고그는 덧붙였다. 여기에 패션과 귀금속 쪽에서 기존의 브랜드와 결합돼 뉴욕과 런던 등 최첨단시장으로 속속 파고들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수출 증가가 대기업을 웃도는 것도 뒷힘이 아닐 수 없다. 브라질 정부도 중소기업의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생산성도 높아져 지난 92년에 비해 약 70% 뛴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수출의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가 철저한 틈새시장 파고들기라고 입을 모은다. 버스 메이커가 `이슬함형' 모델을 만들어 중동에 일찌감치 진출하는가 하면 멕시코 시장에는 22인승으로 파고들어 주효했다. 생산라인을 그때 그때 교체하는 유연성을 발휘한 덕택이다. 세계 4위 항공기 메이커로 주로 소형 모델을 제작해온 엠브레어도 같은 전략을구사해 재미보고 있다. 지난 94년 민영화되면서 적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향후10년 안에 세계 소형항공기 수요의 40% 가량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엠브레어는 소형제트기시장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지난 99년 70-110인승 `가족형 제트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역시 `맞춤형' 서비스에 주력한 것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14억6천만달러의 주문을 받은 유에스 에어웨이스가 도산위기에 직면해있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형 제트기가 273대 가량 팔릴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브라질 수출업계는 현지 생산.조립을 대폭 확대하거나 현지 합작에 적극적으로나서는 방법으로 무역장벽을 피해가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소형항공기 부문으로 엠브레어가 중국과 합작한 것이다. 엠브레어는 중국 소형항공기시장이 향후 20년간 1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이미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