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75억원의 회사자산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코오롱캐피탈 상무이사 정모(45)씨는 주식투자 실패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14일 경기도 과천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개인적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2억여원의 빚을 지게되자 99년 12월 처음으로 회사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를 팔아 20억원을 만들었다. 3억원으로 빚을 갚고 나머지 17억원으로 주식에 투자한 정씨는 잘 만하면 몰래빌린 3억원의 변제는 물론 회사에도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주식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보다 계속해서 손실을 입게된 정씨는 머니마켓펀드, 단기사채 등 회사의 각종 자산을 팔아 연이어 주식에 투자했고 그때마나 실패를 거듭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정씨가 팔아치운 회사 자산은 지난 99년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무려 475억원으로 회사 전체 자산 892억원의 53.2%에 달한다. 정씨는 이 기간 매월 회사 자체감사를 받아야 했고 매회기년마다 회계법인으로부터 결산감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회사내 서열 2위라는 우월적 지위와 함께 치밀한 위조수법을 통해 일련의 감사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우선 회사 자체감사의 경우 회사의 자금을 총 관리하는 자금담당상무라는 직책을 활용, 위조한 잔고증명서를 들이대 회사 감사가 통장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도록했다. 감사는 회사내에서 독립적인 지위를 인정받지만 상무의 직책 때문에 통장확인요구를 할 수 없었다. 더구나 매년 실시된 회계법인의 결산감사시에는 거래 증권사의 주소는 물론 증권사 직인까지도 교묘하게 위조하고 속여 범행을 은폐할 수 있었다. 통상 회계법인의 감사는 회사측이 자산에 대한 잔고증명과 내역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자료를 회계법인에 제출하고 회계법인은 해당 증권사 등에 이를 우편물로보내 확인을 요구한 뒤 통보된 결과를 바탕으로 감사를 벌이게 된다. 정씨는 이같은 시스템을 교묘히 악용, 우선 감사가 시작되면 회계법인에 위조한잔고증명과 내역 등을 담은 자료와 해당 증권사와 주소와 비슷한 엉뚱한 주소를 함께 보냈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은 위조된 자료를 엉뚱한 주소의 증권사로 보내야 했고 이곳에서 우편물을 받은 정씨는 위조한 해당 증권사의 직인을 찍어 다시 회계법인으로보냈다. 엉뚱한 증권사 주소는 대개 해당 증권사가 입주한 건물에 있는 층이 다른 사무실이었다. 이에 따라 위조된 회계자료를 받은 해당 회계법인은 무려 4년6개월동안 회사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이 탕진 됐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는 회사로 회계처리할 수밖에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해당 증권사에 전화 한 통만 했어도 이같은 범행을중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회계감사 시스템이 공문에 의한 방식이기때문에 미처 파악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과천=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kcg3316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