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카드사들과 할인점이 가맹점 수수료를 놓고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후발 카드3사는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1천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비씨.KB.LG카드 등의 대형 카드사들은 이마트 등할인점 업계와 일전을 겨룰 역량이 있지만 후발 카드사들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어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선발 카드사처럼 수수료 인상을 강하게 요청하다가 매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할인점으로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당하면 타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9일 카드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가맹점 담당 실무진이 수수료 본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8월말 이마트에 유선상으로 수수료 인상에 대한 의사를타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원가 이하의 현행 수수료 체계로는 매출이 늘수록 적자폭이커지는 상황이 모든 카드사에 적용되기 때문에 수수료 현실화에 나서고 싶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도 수수료 분쟁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내부적으로 수수료 현실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후발 카드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수수료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가 `괘씸죄'에 걸려 대형 가맹점들로부터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있다. 대형 카드사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적정 규모의 외형확대가 절실한 상황인데대형 가맹점들로부터 카드결제를 거부당하면 선두권 도약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후발 카드사들은 또 할인점과 제휴 또는 특수관계에 있어 수수료 현실화에 제약을 받고 있다.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는 각각 홈플러스, 까르푸와 제휴를 맺고 있어 다른 할인점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롯데카드도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마트와 `형제관계'여서 다른 할인점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금처럼 가만히 있다가 수수료 분쟁이 타결되면 그때가서 수수료 인상에 나서기도 어렵다는 것이 후발 카드사들의 고민이다. 수수료 분쟁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가 대형 가맹점들에 인상을 요구하기도 힘들고, 선발 카드사들은 후발 카드사의 수수료 문제를외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후발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대열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면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