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남성에 비해 우정을 키우기 어렵다.


여성은 다른 여성을 연적으로 여기는 성향이 남성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마크 워터스 감독의 새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이같은 가설을 모티프로 삼는다.


이성에 막 눈을 뜬 사춘기 여고생들이 멋진 남자친구를 차지하기 위해 펼치는 신경전이 코믹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녹아 있다.


짙은 성적 농담으로 시종일관하는 할리우드의 10대영화 '아메리칸 파이'류와는 달리 여학생들의 권모술수가 이야기를 이끄는 동력이다.


동물학자인 부모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홈스쿨' 교육을 받고 성장한 케이디(린제이 로한)가 미국으로 돌아와 고교에 편입한다.


곱상한 외모의 케이디는 우연히 남자들의 시선을 독점하는 '공주파'에 가담하게 된다.


그러나 멋진 남자친구의 출현과 함께 케이디는 공주파의 리더 레지나(레이첼 맥아담스)와 연적이 된다.


영화는 케이디가 순수함을 잃고 변질되는 과정을 통해 문명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타락시키는지 보여준다.


케이디와 레지나는 '여왕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여학생이 좋아하는 남학생 빼앗기,살찌는 건강식품을 다이어트식품이라고 속이기,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화장품 선물주기 등을 거리낌없이 펼친다.


문명사회의 '인간 정글'에서 사람들은 죄의식을 쉽게 망각하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여성들은 연적에게 들키지 않고 괴롭히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연적보다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남자들의 성향과 대비된다.


이 영화에서 학교 생활의 주도권은 여학생들이 쥐고 있으며 남학생은 그들에 의해 조종되는 조역들이다.


그런데 섹스 어필의 관건은 외모뿐 아니라 '학습능력'과 '도덕적 균형감각'이다.


케이디는 수학 퀴즈대회에서 승리하고 자신의 빗나간 행동을 사과했을 때 진정한 퀸에 등극한다.


미국 고교에 대한 묘사는 할리우드 10대영화들이 제시했던 것들과 거리가 있다.


케이디의 자택 파티 장면에서 고교생 참석자들은 집안을 어지르지 않는다.


교내 파티를 앞두고 학생들의 잘못이 드러났을 때 학교측이 파티를 취소하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케이디와 남자친구는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때 다투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러나 레지나가 잠재적인 연적 케이디를 공주파로 끌어들인 상황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3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