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IBM 합작사인 LGIBM PC㈜의 분할을 추진함에 따라 LG와 IBM의 지난 8년간 협력관계가 청산 단계로 접어들었다.

LGIBM의 분할은 노트북 등 PC 시장에서 독자 행보를 강화하려는 LG전자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6년 IBM이 51%, LG전자가 49%를 투자해 설립된 LGIBM은 IBM의 노트북 '씽크패드' 시리즈와 데스크톱 '씽크센터', LG전자의 노트북 'X노트', 데스크톱 '멀티넷X' 등을 자사 이름으로 판매해왔다.

문제는 지난 2002년을 기점으로 노트북 시장에서 기업용 대신 일반 소비자용 시장의 비중이 점차 커지기 시작하면서 기업용에 특화된 '씽크패드'로는 이에 대응하는데 한계를 보이게 됐다는 점.

LGIBM은 소비자용 신제품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IBM에 이같은 제품의 개발을 의뢰했으나 IBM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LG전자가 나서서 디자인과 멀티미디어 기능 중심의 소비자용 노트북인 X노트북 시리즈를 2002년말 내놓게 됐다.

이후 소비자 시장이 계속 확장, 급기야 올들어 55 대 45 가량 비율로 오히려 기업용 시장을 앞서면서 X노트 매출액이 씽크패드를 6대 4 정도로 역전해 버린 것이 LG전자가 독자 노선에 자신감을 갖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덕주 LGIBM 사장은 지난 27일 직원 조회에서 "다음달 중순께 분할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분할은 연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양사간 결별논의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됐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 관계자는 " LGIBM이 최근 각 대리점에 보낸 공문에서 10월 1일부터 대리점권리를 다른 곳에 넘길 수 있다고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회사가 10월 전까지 분할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양사가 결별에 합의할 경우 LGIBM은 IBM 관련과 LG 관련 부문으로 각각 분리돼 사업과 고용인력을 양사에 넘기는 방식으로 청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현 인력이 100% 승계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노조는 "고용승계는 인원을 넘긴 뒤 정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반발하며 부장급 2년, 차장급 3년 등의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PC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는 노트북 시장을 놓고 독자 노선이라는 결단을 내린 LG전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