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계체조팀이 판정 시비 등 갖은 우여곡절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25일(한국시간) 아테네를 떠났다.

한국 체조가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은 외견상 역대 최고. 지금까지 올림픽 메달이 하나도 없었던 개인종합에서 김대은(한국체대)과 양태영(경북체육회)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단체경기에서도 역대 최고인 4위를 기록해 체조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체조팀은 단체 예선에서 불거진 조성민(전북도청)에 대한 평행봉 판정시비를 비롯해 단체 경기 판정 불만, 개인종합 결승에서 빚어진 양태영의 평행봉 오심 등 크고 작은 난국을 겪으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코칭스태프는 양태영의 오심과 관련해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도마에올랐고 논란의 와중속에 양태영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철봉 결승에서 최악의 연기를 펼쳤다.

골머리를 앓게 한 파문이었던 양태영을 둘러싼 오심 사태는 일단 체조팀의 손을떠난 상태. 한국 선수단이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소청을 염두에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체조연맹(FIG)과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양태영의 철봉 결승을 마지막으로 모든 경기를 소화한 체조팀은 머리 아픈 문제들을 모두 접어두고 아테네에서의 마지막날을 관광 등으로 보냈다.

한국팀의 영욕이 교차한 올림픽 인도어홀에서는 그 시간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체조인들이 모인 가운데 기계체조의 뒤풀이이자 곧 시작되는 리듬체조의 개막연 격인 갈라가 열리고 있었다.

김대은이 개인종합 은메달리스트의 자격으로 초대를 받았지만 몸을 풀지 않아연기를 할 수 없고 다른 일정이 잡혀있다는 이유로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각국의 금메달, 은메달리스트들이 모두 모여 화려한 불빛 아래 리듬체조 선수들과 어울려 잔치판을 벌였지만 한국 선수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웅장한 드럼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폴 햄(미국)이 철봉에 매달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을 때는 한국 체조가 세계무대에서 스스로 `왕따'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떠나지만 한국 체조 선수들은 정상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밝은 편이다.

이주형 코치는 기대를 모았던 조성민의 초반 탈락,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황금조합'을 이루지 못해 단체전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한 것, 오심으로 양태영이 사상첫 올림픽 체조 금메달을 노친 것 등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 코치는 "한국 체조팀이 이를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단체면 단체, 종목이면 종목, 개인종합이면 개인종합 모두 잘하는 팀으로 발전해 가게 될 것"이라고말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