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구입으로 신용불량자가 됐으나 명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신용카드 등을 훔쳐 1억원 상당의 명품을 구입한 20대 임신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4일 강남 일대 교회, 학원, 유치원, 스포츠센터를 돌며 교회신도로 가장하거나 학원 등록 등을 상담하러 왔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금품을 훔치고 훔친 카드로 명품을 구입한 혐의(상습절도)로 황모(24.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8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강남구 A교회에 신도를 가장하고 들어가 이모씨의 지갑을 훔치는 등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52차례에 걸쳐3천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또 훔친 신용카드를 이용해 백화점 등에서 200차례에 걸쳐 롤렉스 시계,버버리 코트, 까르띠에 시계 등 명품 1억원어치를 구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임신 8개월째인 황씨는 2002년 12월께부터 명품 구매로 신용불량자가 됐지만 명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절도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학생 동거남과 함께 살고 있는 황씨의 집에서는 신용카드 125장, 명품 시계, 유아용품, 안경, 의류 등이 무더기로 나왔고 "친척이 부자라서 명품을 선물받았다"며 동거남에게 절도행각을 숨겨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황씨는 유아용품 가게에 들러 훔친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면서도 가게 주인의 카드까지 슬쩍했고 훔친 지갑에서 물품 보관증이 나오자 이를 들고 교회 귀중품 보관소에 들러 버젓이 자기 것인양 귀금속 등을 챙기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황씨가 서울 강동 지역, 대구 등에서도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여죄를 추궁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 수사를 시작할 때는 임신부를 가장한 범인으로 생각했으나 실제 임신 8개월째인 것으로 알고 놀랬다"며 "남들에게 의심받지 않는 임신부라는 사실을 활용해 대담하게 절도행각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