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레야 모스코소 파나마 대통령은 23일쿠바 정부가 반체제 인사 사면 가능성을 제기하며 자국과 외교 단절을 경고한 데 대해 쿠바 주재 자국 대사에게 소환령을 내리는 등 강력 반발했다.

모스코소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어떤 외국 정부의 간섭이나 위협에 (파나마 정부가) 종속될 수 없다"면서 "파나마 정부는 파나마 내정 문제임에도 쿠바 정부가 반복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간섭을 하고 있는 데 대해 강력한 항의를 밝힌다"고 밝혔다.

모스코소 대통령은 또 자신의 지시에 따라 아르모디오 아리아스 외무장관이 쿠바 주재 자국 대사에게 즉각 본국으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쿠바 외무부가 어제 성명을 통해 외교단절 운운하며 위협을 가한 것은 파나마 정부의 존엄성과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은 쿠바 정부가 이달말로 대통령직을 물러나는 모스코소 대통령이 투옥된 반(反) 카스트로 망명 인사 4명을 사면할 경우 파나마와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위협성 성명'을 낸 지 하루 만에 벌어졌다.

쿠바 정부 성명은 모스코소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 이들 4명을 사면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전제한 뒤, "취해진 그 결정이 시정되지 않고 이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의 사면이 단행된다면, 쿠바와 파나마 간 외교관계는 자동적으로 단절될 것임을 매우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쿠바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망명인사 4명 가운데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반대 활동으로 유명한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첩보 요원 루이스 포사다카릴레스가 포함돼 있다.

쿠바 당국은 그에 대해 4년전 파나마에서 열린 정상회담 기간에 카스트로 의장을 암살하려 했다고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파나마 법원은 지난 4월 포사다 카릴레스 및 나머지 3명에 대해 7∼8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또한 지난달 중순 쿠바 외무부는 파나마에 외교공한을 발송, 수감된 반체제 활동가들이 와병을 가장해 외부 병원으로 나가는 방법으로 탈옥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쿠바 외무부는 이같은 자신들의 경고에 대해 파나마 당국이 교도소 경계조치를 강화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카스트로 의장 스스로도 이들 반체제 망명 인사들에 대해 2000년 11월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을 위해 파나마를 방문한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파나마에입국했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다.

쿠바 당국은 이들의 재판과 관련해 형량이 약하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파나마법원은 암살 기도의 충분한 증거가 없고 폭발물 소지의 중대 혐의점도 찾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포사다 카릴레스는 쿠바 항공기 폭발 테러를 가한 혐의로 재심(再審)을 기다리던 중 베네수엘라 교도소를 탈출한 인물이다.

나머지 3명은 공공치안을 위험에 빠뜨리고 서류를 위조한 혐의를 받았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