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진통을 감내하는 우여곡절 끝에 한국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아테네올림픽 조별리그 최종전 말리와의 경기에서 3골차의 패배 위기를 기적같은 무승부로 바꾸며 자력으로 일궈낸 한국축구의 올림픽 8강행은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해 차가운 서리와 따가운 햇볕을 모두 견뎌내야 한다'는 진리를 확인해준 쾌거였다.

물론 '올림픽 올인 전략'으로 불린 대한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지만 그 이면에는 성인대표팀 사령탑 경질 파문과 프로구단들과의 대표 차출 갈등,와일드카드 차출을 둘러싼 내부 의견 분열, 애써 뽑아놓은 와일드카드의 뜻하지 않은 부상 등 위기의 순간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작년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를 시발점으로 멤버를 구성한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지난해 홍콩과의 아시아 1차 예선을 2연승으로 무난히 통과하고 평가전에서 고공비행을 이어가며 순항했다.

첫 위기는 올 2월 오사카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

프로구단들의 선수 차출 반대 이후 제대로 손발을 맞출 틈도 없이 맞닥뜨린 일본에 0-2로 완패하자 '아시아 예선 통과도 어렵다'는 우려가 불길처럼 일어났다.

김호곤호는 그러나 아시아 예선에서 3월3일 중국과의 1차전 승리를 시작으로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5회 연속 본선 진출을 보란듯이 이뤄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움베르투 코엘류 전 대표팀 감독이 잇단 졸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차기 사령탑 선임이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카드로 정리될 때까지 숱한 파문을 일으켜 이러다가 올림픽호까지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팬들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축구협회로서도 고민이 많았다.

아시안컵과 올림픽 본선이 7, 8월에 잇따라 열리게 되자 '두 마리 토끼'를 놓고어느 쪽에 집중할까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대표팀 맏형 유상철(요코하마)과 송종국(페예노르트), 김남일(전남)을 올림픽팀으로 밀어주자고 결론을 내 일단락을 지었지만 정작 올림픽팀 연령대에 속하는 '키플레이어' 박지성(에인트호벤)이 "예선에서 이미 쓰지 않았느냐"는 소속 팀의반대로 합류하지 못했다.

주축 일부가 빠진 채로 아시안컵 장도에 오른 본프레레호는 나름대로 선전했으나 44년 만의 우승 꿈을 접고 8강에 머물러 올림픽 올인전략의 비싼 대가를 치렀다.

또 간신히 뽑아놓은 와일드카드도 김남일과 송종국이 차례로 부상을 당해 중도하차하면서 김호곤호의 불운은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골든 제너레이션 멤버들은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담금질에 전념해 본선 무대에서 태극전사들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이 모든진통을 값진 열매로 승화시켰다.

(테살로니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