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를 섞은 고춧가루를 판매한 업자가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뒤 검찰로부터 장부제출 요구를 받고는 "장부를 태우고 남은 것"이라며 잿더미를 제출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1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남기춘 부장검사)에 따르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구속영장이 청구됐던 J식품 신모 대표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이유로 지난달 29일 영장이 기각되면서 풀려났다.

영장청구에 앞서 J식품을 압수수색하고도 회사 장부를 찾지 못했던 검찰은 신씨에게 장부를 임의로 제출할 것을 요청한 뒤 영장이 기각된 다음날 신씨가 들고 온 `장부'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씨는 "영장기각 후 집으로 돌아가니 아내가 장부를 태우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재라도 가져왔다"며 비닐봉지에 무엇을 태운 것인지도 식별할 수 없는 한무더기재를 넣어 제출한 것.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최근 신씨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지난 10일 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결국 신씨를 불구속 기소해야 할 상황이 됐다.

검찰은 신씨가 수사에 대비해 미리 장부를 숨겨 둔 뒤 영장이 기각되자 이를 고의로 불태워 없애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로 장부를 태워 없앴다면 J사의 부정식품 유통경로 및 거래내역, 탈세여부 등 추가 수사는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장부를 정말로 태웠다면 이제야 말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진 셈"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