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테러공격 위협으로 서부텍사스(WTI) 선물가격이 시간외거래에서 이틀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제유가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번 유가 급등세는 테러 위협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잉여생산능력 부재에 따른불안감이 투기자금을 매수쪽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어 장기적으로 큰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유가에 예민한 산업계는 적잖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 유가상승 배경과 전망 =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일 뉴욕상품시장(NYMEX)의 시간외거래에서 WTI 9월물 선물가격은 배럴당 43.92달러를 기록, 지난주말 기록한 43.80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배럴당 33달러(1월 거래 3월물 기준)에 거래됐던 연초에 비하면 무려 11달러에가깝게 상승한 셈이다.

시간외거래지만 이날 WTI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 지속을 예고하고 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이번 유가 상승은 새 요인보다는 테러위협과 러시아 유코스 사태 등으로 불안감이 높아진데다 최근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OPEC의 잉여생산능력이 한계에 달한 것이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수급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석유 시장에서 투기자금이 매수세를 확산시킴에 따라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WTI의 경우 단기적으로 배럴당 45달러에 달하고 중동 두바이유도 하반기 30-35달러대를 웃돌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구 팀장은 "하반기에도 고유가 추세는 지속하겠지만 현재로선 시장을 패닉으로몰아갈 큰 폭의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 산업계 에너지 절감 비상 = 국내 산업계는 고유가 행진이 언제까지 얼마나계속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미 에너지 절감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고유가에 따른 비용상승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항공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비행기 엔진 예열시간 단축, 항공기 무게를 줄이기 위한 탑재물량 축소, 경제항로.속도.고도 운행 등의 고육책까지 동원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가상승에 대비해 마련해 둔 비상경영 3단계 시나리오 중 이미 최고단계인 3단계 대책에 들어갔으며 연료비 감축을 위해 7월부터 연료관리팀을운영하고 율도 및 공항에 저장된 비축유도 활용하고 있다.

항공사의 전체 비용중 유류비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 18%, 아시아나 21%에 달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2천500만달러, 아시아나는 1천300만달러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항공사들은 고유가 지속시 승객이 적은 항로의 운행감축도 검토하고 있다.

정유업체들은 수입선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SK㈜의 경우 두바이유가 35-36달러까지 치솟자 이라크에 200만배럴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 유조선을 보내 원유를실어오기로 했으며 에콰도르에도 유조선을 보내 원유를 수입해 오는 등 해외 원유트레이딩 지사망을 총 동원해 값싼 원유를 물색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제조 공정에서 에너지를 절감하는 총력을 쏟고 있다.

LG화학은 공정상에 발생하는 폐열 재생 시스템으로 올해 158억원을 절감할 계획이며 중장기적으로는 투명PVC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해 고유가의 영향을받지 않는 제품쪽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키로 했다.

삼성아토피나는 제조원가중 에너지 사용 비율을 2006년까지 18.5% 이하로 낮추기로 하고 충남 대산지역의 15개 단위 공장간의 에너지 사용을 한눈에 모니터링 할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화섬업계는 계속되는 고유가로 원료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TPA(텔레프탈산) 가격은 연초대비 9.1% 상승했으며 EG(에틸렌글리콜)는 12.7%,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은 무려 40%나 급등했다.

효성과 코오롱 등 화섬업계는 지속적인 원료가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등 제품의 판매가격을 꾸준히 인상해왔으나 원료가 상승폭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의 건조공간 추가 확보, 해양 부문에서 국산화를 통한 자재비 절감 등으로 원가절감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전자업계도에너지 절감책으로 낭비요소를 제거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밖에 석유화학 제품을 포장재로 쓰는 식품업계는 맥주나 음료 등에 쓰이는 페트병 가격이 3-4% 가량 오르는 등 가격 압박 요인이 되고 있으며, 유통업계는 최근냉방에 따른 에너지 소모 감축을 위해 매장 온도를 올리고 옥외광고 소등시간을 앞당기는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