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부동층이 적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공화-민주 양 진영은 기존 지지층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주요 쟁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 진영은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또한 세금 감면, 낙태 반대, 종교단체 지원 등 공화당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공약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민주당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적처럼 공화당이 이라크 사태로 곤경에 처한안보문제를 희석하려고 사회.문화 이슈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 진영은 이라크전은 `총체적 실패'라며 안보.테러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사회.문화 이슈도 차별된 주장으로 진보 성향 표심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라크전= 9.11조사위 보고서는 이라크전 쟁점에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조사위 최종보고서는 알카에다와 후세인 정권 간 연관성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주장을 전면 부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1일 상원 정보위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왜곡 보고서와 함께 부시 행정부의 대 테러전 정당성 및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포스트 여론조사 결과도 지난해 57%였던 이라크전 지지도가 올 5월엔 49%, 7월에는 45%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12일 연설에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더 안전하게 됐기 때문에 전쟁은 잘한 결정"이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에 맞서 케리 의원은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잘못됐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경제= 현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처방전은 양 진영 간에 극명하게 갈린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경제지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 경기는 세계 2차대전이후 최대 호황세를 누리고 있다는 게 부시 진영의 주장. 케리 진영은 휘발유 가격,의료보험, 일자리수, 개인파산 등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경제지표를 제시하며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경제정책도 부시 진영이 감세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주장하는 반면, 케리 진영은감세정책이 부유층과 특정집단에만 이익을 준다는 시각이다.

통상정책 역시 `자유무역주의 대(對) 보호주의'로 대립한다.
케리는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재검토, `슈퍼 301조' 부활, 해외이전기업의 국책사업입찰 금지 등을 주장한다.

◆사회.문화 이슈= 부시 진영은 최근 동성간 결혼금지를 연방헌법에 명문화하려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는 스스로도 헌법개정이 불가능함을 알았던 부시 진영의 보수층 표심 결집을 노린 선거용 전술이라는 분석이다.

부시 진영은 동성간 결혼에 반대하는 종교적 보수주의 유권자 최소 400만명이 몰표를 던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리 상원의원과 러닝메이트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동성간 결혼금지 헌법개정 상원 표결에 불참해 보수 표심의 대거 이탈을 최대한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낙태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여성의 선택권이라는 점에서 찬성을, 공화당은 생명존중이라는 측면에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수계 표심= 중남미계 이민자를 일컫는 히스패닉과 흑인 표심도 주요 관심사다.

2000년 대선 당시 유권자의 7%는 히스패닉이었으며, 당시 부시 후보는 이들 가운데 35%의 지지를 얻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필라델피아와 디트로이트 등 흑인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라디오 광고를 내보냈다.

소수계가 운영하는 중소기업과 소수계 주택소유자들을 위해세금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는 내용이다.

에드워즈 의원은 지난 16일 로스앤젤레스를 방문,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더 크게 이룰 수 있게 하겠다" 며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 자질= 에드워즈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뒤 케리 진영의 인기도가급상승하고 있다는 조사결과와, 부시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딕 체니 부통령의 교체설제기 등은 후보의 개인적 성향과 자질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부시와 케리의 뚜렷하게 갈리는 개인적 이미지도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줄 지 관심사다.

부시와 케리 후보가 이들 쟁점을 '군자금'인 대선자금과 엮어 앞으로 남은 100일을 어떻게 공략할지 두고볼 일이다.

(멕시코=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