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주당 근무시간을 평균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환원하는 문제를 놓고 대기업과 노조간 마찰이 가열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대기업인 지멘스가 3주전 독일내 2개 전화기공장 노조와 추가수당없이 근무시간을 주당 평균 40시간으로 늘리기로 합의한데 뒤이어 다임러크라이슬러도 같은 조치를 추진하면서 시한부 파업이 발생하는 등 노사 갈등이 첨예화되고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대표적 항공여행사인 토머스 쿡도 경비 절감을 위해 같은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정부 역시 연방공무원 30만명의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혀 노사 갈등이 쉽게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공무원의 현재 근무시간은 주당 평균 38시간이 조금 넘는다.

독일이 이처럼 근무시간 연장을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반해 프랑스는 기업과 노조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어서 대조를 보이고있다.

유로권의 노동 생산성이 미국 등에 떨어지기 때문에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근무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 국민들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많으며 노조 일각에서도 `현실론'을 내세우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지난 12일 6천명을 고용하고 있는 독일 남부 메르세데스 공장 운영 경비를 5억유로(6억2천만달러) 감축하기 위해 추가수당없는 근무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면서 노조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인건비가 싼 유럽내 다른 지역으로라인을 옮길 수 있음을 경고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독일에서 16만명을 고용하고있다.

지멘스는 헝가리로 라인을 옮길 경우 인건비를 30% 가량 절약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독일내 2개 전화기공장 노조와 추가수당없는 근무시간 연장에 합의했다.

이들 공장 근로자는 2천명 가량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근무시간 연장 움직임에 대해 독일 2대 노조인 이게메탈(금속노조)은 15일 시한부 파업과 항의시위를 벌이며 "근무시간 연장을 저지하기 위한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게메탈의 위르겐 페터스 위원장은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근무시간만 연장하는게 무의미하다"면서 이것이 강행되면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0시간 근무제로 돌아가면 현재 440만명인 독일의 실업자가 600만명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독일 재계는 독일이 지난 3년간 연평균 성장이 1%를 간신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실업률도 2000년말 7.6%이던 것이 9.8%로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의 실업률은 5.7%로 대비됐다.

재계는 또 구서독 기준으로 제조업 근로시간이 지난 2002년 미국에 비해 약 18%적은 반면 임금은 오히려 12% 가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추가수당없는 근무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슈피겔지가 지난달말 독일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57%가주 40시간 근무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조원도 절반 가량이 근무시간 연장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발표됐다.

여론이 이런 가운데 노조도 투쟁력이 약화돼 고민하고 있다.

이게메탈은 지난해독일 동부주들에서 4주간의 파업투쟁을 벌였으나 결속력이 떨어져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게메탈이 지난 1945년 이후 투쟁에서 '최악의 결과'를 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독일 기업들이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일자리를 줄여온상황에서 지난 4월에만 2만8천명이 실직한 것으로 독일 노동부가 밝혔다.

이런 가운데 노조원도 줄어들어 이게메탈의 경우 동서독이 통일된 지난 1991년 이후 3분의 1가량이 빠져나가 지난해 현재 740만명에 불과하다.

노조의 이같은 입지 약화를 감안한 듯 슈뢰더 총리는 연방공무원의 근무시간도주당 40시간으로 늘리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독일에 비해 프랑스는 정부가 근무시간 연장문제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재무장관은 주당 근무시간을 35시간으로 규제하고 있는 현행법을 손질할지 여부를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앞서 밝혔다.
그는 지난 6년간 근무시간을 규제해온 법이 고용 창출에도 걸림돌이 됐다고 강조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14일 "노동의 자유가 있는 것"이라면서 "근로자가 수입을 늘리기 위해 더 일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프랑스인 10명 가운데 9명이 정부의 이같은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크푸르트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