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주류가 12일 공개석상에서 당 지도부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예결위의 상임위화를 위한 여야협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소집한 3선급 이상 중진회의에서다.

한나라당 비주류는 지난 3월 박근혜(朴槿惠) 대표 취임 이후 지도부에 대한 공세를 자제해 왔으나, 이날은 작심하고 당 지도부의 노선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 원내대표는 "요즘 우리당의 태도가 변질되고 있다"며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이후 당내 후유증이 있고 원내협상과 관련, 불만이 있어 이렇게 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대여협상 대책에 관한 중진의 협력을 구하려 했다.

그러자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 하는 것을 보면 야당인지, (여당의) 2중대인지 구분이 안된다"며 "당이 다른 부분은 쟁점화도 못하고 예결위 상임위화에 명운을 건지 두달 가까이 되는 데 15일 크로스보팅하고 안되면 깨끗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15대 국회 때는 (지도부가) 깨끗하게 선출되고 딱 물러났다"면서 "결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고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김용갑(金容甲) 의원도 "당의 의사결정은 이때까지 당 지휘부 소수가 결정했는데 오늘은 협상을 하다 안되니까 3선급 이상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다"며 "오늘만 그럴 것인지 이야기해달라"고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이어 "여당이 예결위 상임위화를 들어줄 것이 아닌 데 대표는 순진하게 상생한다느니, 원내대표가 합의했다느니 하면서 국회를 공전시켰다"며 "간첩의민주화운동 기여판정도 왜 긴급총회를 열어 강력히 비판 않느냐. 수도권 이전도 대응 태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두 의원의 공격이 이어지자 김 원내대표도 "마치 책임지기 싫어서 떠넘기려고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라며 "토론할 때 상호 조심하고 언어선택도신중해야지, 어떻게 감히 2중대니, 면피니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중진회의 분위기가 주류와 비주류간 대결양상으로 치닫자 김 원내대표는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