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테러단체가 한국 등 세계 주요 해운사에미국의 군수품을 운송할 경우 테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을 계기로 정부의 해상 테러 대응체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슬람 단체인 '이라크 이슬람총본부'는 최근 아랍인터넷 사이트인 '알바스라'에 한국의 한 해운업체와 미국의 텍사스코 등 세계 주요10개 해운사를 거명하면서 "미국 군수물자를 수송할 경우 선박을 폭파하겠다"는 테러경고 메시지를 띄웠다.

이에 국정원은 지난 8일 해양수산부와 국내 6개 해운사에 미주와 중동항로를 항해하는 화물선과 유조선 보호활동 강화와 항만 테러대응 체제를 유지할 것을 긴급요청한데 이어 선박 경계경비 강화를 내릴만한 첩보가 있을 경우 이를 우리 재외공관에 신속히 연락해 줄 것을 미국과 중동, 동남아국가에 공식 요청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홍콩과 인도네시아정부에 한국 국적 선박 입항시 보호를 요청했으며 국내 해운사에는 테러를 가할 수 있는 소형 선박 접근에 대비해 24시간 감시체계를 유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90년초 부터 말라카해협 등에서 간헐적으로 이뤄진 우리 화물선에 대한해적들의 무장공격이 2000년들어 외부 테러조직과 연계되는 양상을 보이자 지난 해부터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외교통상부, 국방부, 재외공관 등이 참여한 해상 테러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테러단체와 해적들의 무장공격을 받은 선박이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에 연락하면 해양수산부는 외교부와 국방부, 해군본부, 국제해사국 해적신고센터(IMB PRC)에통보하고 외교부와 국방부는 각각 재외공관과 해외무관에게 관련 정보를 보내 주재국의 협조를 요청하는 체계를 갖춰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해상 테러행위가 선박을 통째로 나포하거나 선적된 화물을 국제 암시장에 내다팔고 나포선박을 개조해 팔아버리는 등 날로 지능화되고 있어 정부로서도 이를 막을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해상 테러의 70% 이상이 우리 선박의 주요 이용항로인 동남아해역과 인도양 해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이들 해역에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호송수단파견 등 직접적인 대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박회사들도 테러리스트들이 이용하는 선박이 고속 첨단화되고 로켓포 등 중화기로 무장하는 등 초국가적 범죄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에 선원들에게 '비상대처 요령'을 교육하는 것 이상의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국적 화물선에 대한 피해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 93년 6월 차량 100대 등을 싣고 일본 요코하마항을 출항해 베트남으로 향하던 D호에 중무장한 해적 30여명이 강제 승선, 화물을 요구하다가 중국 해상안전청의 항공기가 출동하자 달아났다.

94년 2월엔 홍콩을 출항해 마닐라로 향하던 컨테이너화물선 K호에 평상복 차림의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2명의 해적이 보트를 이용해 승선한 적도 있으며 같은 해 8월에는 2척의 목조 트롤어선을 탄 20여명의 해적들이 Y호에 올라 식량과 TV, VTR 등을 강탈해 도주했다.

98년 10월 밀 6천t을 싣고 인도네시아 벨라완항을 출항해 군산항으로 향하던 C호가 중국 해군으로 위장한 15명으로 부터 기습을 당했고, 지난 해 2월에는 말라카해협을 항해중이던 O호가 정체 불명의 소형보트의 총격을 받았으나 지그재그 항해와로켓 신호탄 발사 등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따라서 해상 테러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관련 법령을 조속히 제정해 관계부처를 비롯 관련국가간 협조체계를 마련하고 화물선과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데이터장비, 선박위치 추적장치 등의 첨단장비를 구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