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밤 극적으로 도출됐던 기아차 단협 잠정합의안이 9일 조합원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완전 타결 `초읽기'에 들어갔던 기아차의 올 교섭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특히 임금협상과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해 각각 별도로 진행하는 노조의 투표방식에 대해서도 적지않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안팎에서는 향후 재협상에서 노조에 끌려가는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대우차, 쌍용차 노조가 파업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기아차교섭마저 막판 진통을 겪으면서 차업계의 올 임단협 진행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협상은 일괄, 투표는 따로?' = 기아차 노조는 임금협상과 단체협상 잠정합의안 각각에 대한 조합원들의 정확한 의사를 파악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2000년부터 임협과 단협에 대한 찬반투표를 별도로 진행해 왔다.

현대차를 비롯, 대부분 사업장 노조에서는 임단협 연도의 경우 노사가 도출한잠정합의안에 대해 일괄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아차처럼 별도로찬반투표를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러나 교섭 과정에서는 임금과 단체협상 부분을 분리하지 않고 일괄로 진행하면서 정작 찬반투표는 따로따로 실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양보는 양보대로 하고 추후 또다시 재협상을 통해 일부 안건은 원점부터 출발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시간낭비를 초래, 잠정 합의 자체를 무색케 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이날 실시된 기아차 노조의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의 경우 임금협상은 찬성률 73.16%로 가결됐지만 단체협상은 48.68% 찬성으로 부결됐다.

현대차 수준의 임금인상을 얻어낸 임금협상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던진 반면 노조의 경영 참여 부분에서 다소 부족했던 단체협상과 관련, 부결을 이끌어 냄으로써노조로서는 추가 협상의 기회를 얻은 것이다.

◆노사 모두 `난감' = 경영권 방어를 위해 노조측으로부터 노조 대표의 이사회참여, 노조 지명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노사동수 징계위 구성의 양보를 끌어냈던 회사로서는 적지않게 허탈한 표정이다.

이번 단협 부결로 노조의 목소리는 커질 수 밖에 없어 추가 재협상에서 과거의`노조 끌려가기' 관행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재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사측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파업 등 강경투쟁 카드를다시 꺼내들 경우 지루한 소모전 속에 피해만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도 당혹감 속에 부결 원인 분석 및 대책 마련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중앙쟁대위 결정이 날 때까지는 일단 정상조업을 실시키로 했다.

단협이 부결될 경우 노조 집행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재협상 돌입과 집행부 총사퇴로, 현재로서는 재협상 실시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도 난감해하며 노조의 향후 대응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협상은 일괄로 하고, 투표는 각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노사에게 모두 손실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향후 제도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