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상원은 8일 외국인 전문 인력의 취업체류를 쉽게 하고 이민을 허용하되 정황증거 만으로도 종교적 극단주의자나 테러를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을 추방하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을 가결한다.

여야 4개 정당 지도자들은 지난 5월 수 년을 끌어온 이민법 개정의 원칙에 합의한데 이어 지난 달 하원에서 통과했으며, 그간 반대해온 녹색당도 수락 의사를 밝힘으로써 이날 상원에서도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비회원국 국적자에게도 취업 이민을 허용하는 내용의이민법이 시행령과 규칙 등 하위 규정 보완 작업을 거쳐 내년 1월 시행된다.

이민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독일 정치권은 외국 고급 인력의 유입을 쉽게 함으로써 산업계가 특히 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으며, 녹색당은 독일이 이제 이민 국가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 개정법이 통과됐어도 비록 대테러 전쟁 이후 까다롭게 변하긴 했으나 미국이나 캐나다 수준으로 독일의 외국인 이민이 수월해지고 이민자를 배려한 정책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그동안 공식적으로 취업이민 등이 허용되지 않았던 독일이법적으로 이를 공식 허용하게 됐다.

또 독일에 유학과 학위를 마친 비(非)EU 국적 국민들도 앞으로는 노동허가를 받고 직장에 취업하는 일이 손쉬워진다.

그러나 독일 정부가 경비를 대는 독일어 학습 과정과 독일 사회에 통합시키려는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사람의 경우 앞으로 체류허가가연장되지 않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오토 쉴리 내무장관은 앞으로 독일에 이민오는 사람들은 독일어와독일문화에 대한 일정 수준의 이해력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정 이민법은 특히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없어도 향후 테러나 종교적 극단주의를 유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황증거만으로 외국인을 추방할 수 있도록 합의함으로써 향후 독일 국내외에서 인권침해 논란을 계속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적녹연정은 2000년 국적법을 개정해 독일 혈통이 아니더라도 국적을 취득할 수있도록 한데 이어 외국인 전문 인력, 특히 정보통신 부문 인력의 유입을 늘리기 위한 이민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보수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은 비숙련 노동자의 유입 확대로 독일 경제와 실업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관련 규정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기민련은 특히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극단주의자들의 진입을 막고 이미독일에 체류하는 경우 조기에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녹색당은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만으로 외국인을 추방할 수 있게 하는 것은인권침해라며 반대해 협상이 결렬됐었다.

결국 인구 노령화로 외국인 노동력 유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경제계와 여당의 요구에 밀려 기민련이 일부 조항을 양보했으나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 요소가 있는 조항들이 삽입되고 실질적 외국인 노동 인력 유입을 유도할 장치가 미비한 채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는 이미 보수정당과 정책상의 차별성을 잃은 사회민주당 뿐아니라 집권당 내에서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로 보수화를 지연시켜온 녹색당 마저 장기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이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독일 사회의 보수우경화에 동조해준 것으로 정계 일각에서 풀이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