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반 우려반' 고(故) 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지난 한 주간 홍역을 치렀던 외교통상부에는 일련의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30일 오후 귀국하는 것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감사원이 본격 조사에 착수함으로써 그간 외교부에 집중됐던 각종 의혹에서 일정부분은 벗어나 국민에게 해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김 사장의 예기치 않은 발언으로 또 다른 의혹을 사게 될 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씨 피랍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일기 시작한 비난여론의 한 가운데 서 있던외교부는 김씨 피살과 AP통신의 비디오 테이프 공개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여론으로부터 일방적인 '린치'를 당해 거의 '그로기' 상태까지 갔던 게 사실이다. 김 사장이 피랍사실을 미군측에 알렸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이 사건은 '한미동맹의 균열'로까지 불똥이 튈 조짐이어서 외교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기간에 관련 부서는 물론 타 부서조차도 자책과 함께 여론의 따가운 질책에 제대로 일손을 잡지 못한 것이 외교부의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사실 외교부가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사전에 피랍사실을 알고서도 은폐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부분이다. 반기문(潘基文) 장관도 사건 직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질 것"이라며 "조사가 이뤄져야 겠지만 외교부 차원의 은폐는 없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같은 침울한 분위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AP통신이 비디오 테이프를 늑장공개하고 외교당국에 '상식선'의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국내언론을 통해 강하게 제기되는 등 이른 바 'AP 책임론'의 급부상을 계기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또 김씨 피랍이후 외교부 '책임론'과 맞물려 있는 김 사장의 발언 번복 및 그의행적에 대한 갖가지 의문들이 꼬리를 물게 되자 외교부는 앞으로 있을 김 사장에 대한 조사 결과에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 교민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근본적인 잘못은 인정하지만 '시시비비'는 정확히 가려 모든 비난을 일방적으로 뒤집어 쓰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교부는 진상규명이 시급하다며 AP가 통화내역 공개에 협조해주기를 거듭 촉구하고 김 사장에 대한 감사원 조사로 어느 정도 '누명'을 벗을 수 있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반 장관은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단계에서는 사태를 빨리 수습하고 감사원 조사와 국정조사를 마무리할 필요와 책임이 있다"며 진실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진호(權鎭鎬)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도 29일 "외교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있는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조사를 통해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외교부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 가운데서도 기자들의 취재에 '예민함'을 보이는 등 김 사장 조사를 앞두고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이날 귀국하는 김 사장이 앞으로 감사원 조사와 국회 국정조사에서어떤 증언을 할 지, AP통신과의 통화내역이 확인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