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개별 공시지가의 상당 부분이 적정가격보다 높거나 낮게 책정되는 등 공시지가 산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공시지가는 각종 조세와 부담금을 결정하는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세원 관리 자료이지만 일선 행정기관조차 기준과 적용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이에 대해 부당성을 지적한 만큼 공시지가와 관련한 민원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 지목부터 오류 투성이 감사원이 5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각종 인ㆍ허가를 받고 시설물이 들어선 토지에 대한 지적공부 및 공시지가 관리실태 등을 점검한 결과 공시지가 산정에서 지목 관리, 취득세 부과 등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충북 천안시, 전남 나주시 화순군 담양군 등 5개 시ㆍ군에서 지목 변경 대상 토지 1만1천7백88필지 가운데 6천2백18필지(52.74%)만이 사실에 부합하게 지목이 관리됐고, 절반에 가까운 토지의 지적공부는 제대로 정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토지 소유자가 법정 신청기간 내에 지목 변경 등을 신청하는 비율도 매우 낮아 현실과 동떨어지게 지목 등을 표현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는 매년 50만여필지의 표준지 공시지가와 2천7백만필지의 개별 공시지가를 공시하고 있다. ◆ '제멋대로' 공시지가 공시지가 관리 분야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개별 공시지가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비교표준지를 선정하는 절차부터가 허점 투성이로 나타났다. 비교표준비를 선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유사 가격권'의 범위가 구체화돼 있지 않고, 비교표준지 선정 우선 순위가 불투명해 개별 공시지가 산정의 정확성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토지 소유자에게 개발부담금을 경감시켜 줄 목적으로 개별 공시지가 심의조서를 조작한 사례도 나타났다"고 밝혀, 관계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 인력ㆍ예산 태부족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것도 부실 조사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개별 공시지가를 매겨야 하는 땅은 전국적으로 2천7백50만필지나 되지만 조사 업무에 투입되는 일선 시ㆍ군ㆍ구청 공무원은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경기도 광주시의 경우 지난해 개별 공시지가 조사대상 11만3백5필지를 5명의 지가조사 공무원이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2만2천61필지를 조사한 셈이다. 이처럼 절대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만 확인한 뒤 공시지가를 정하는 사례가 많은게 현실이다. 공시지가 산정 업무에 투입되는 예산도 크게 부족하다. 건교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여비나 인건비 등 조사비용이 턱없이 부족해 현장조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만큼 지금보다 50% 가까이 정부 지원 예산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배ㆍ강황식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