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은 미니멀리즘에 반기를 든 포스트 미니멀리스트, 혹은 작업과정을 소재로 한 프로세스 아트 작가로 불리면서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그는 또한 신체미술(body art), 퍼포먼스, 비디오아트 분야에서도 선구자로 평가받을만한 작업들을 해왔다. 서울 화동 pkm갤러리에서는 비디오아트, 조각, 드로잉 등 그가 지난 40여년간다양한 매체를 통해 꾸준히 만들어낸 개념들의 일부를 소개하는 「브루스 나우먼」전(9-7월15일)이 개최된다. 흑백 비디오 작업 '형광등관 다루기'(Manipulating a Fluorescent Tube.1969)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스튜디오 안에 고정된 형광등관 앞에서 60분 동안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한다. 빛나는 긴 형광등관은 작가의 뻗은 다리 사이에 놓이기도 하고 가랑이에서 튀어나오기도 하면서 유머러스한 상황을 만든다. 관람객들은 이 작품을 보며지루하고 어떠한 미적 테크닉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을 참아내야 하는데 이같은 '인내'와 '지속'의 경험은 비디오를 촬영하는 동안 작가가 자신에게 부과한 것이다. '나만을 믿으세요-빅 스튜디오'(Trust Only Me-Big Studio.1984)는 네온조각 작품으로 'Trust Only Me'와 'Big Studio 1984'라는 네온 글자들이 십자가 형태로 배열되어 번갈아 켜졌다 꺼졌다 한다. 네온이라는 재료는 싸구려 광고를 암시하고, 쓰여진 글귀는 "작가라는 사람은 신뢰할만한 정보의 유일한 원천이어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을 전달한다. 컬러 DVD 작품 '유용한 장소 만들기'(Setting a Good Corner.1999)는 목장에서한 시간 가량 말뚝을 박을 구덩이를 파는 작가의 모습을 기계소음과 함께 전한다. 작가라는 사람들이 하는 작업은 고독한 작업이며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아트 메이크업'(Art Make-up.1967-69)은 10여분짜리 16㎜ 무성 컬러영화 네 편으로 이루어진 작품. 각 영화에서 나우먼은 자신의 몸에 흰색, 분홍색, 녹색, 검은색 페인트로 분장한다. 네 편의 영화는 네 벽에 동시에 투사되고 빠르게 전개돼 생생한 연극성을 만들어낸다. 분장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의식적으로 감춘다. ☎734-9467.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기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