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화만이 살 길이다.' 한국남자배구가 올림픽 예선에서 1승6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6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이 좌절되자 배구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랭킹 7위를 자랑했던 한국은 이번 예선에서 중국(17위), 일본(19위), 이란(24위) 등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로 여겼던 팀들에게 충격적인 완패를 당해 아시아 강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특히 지난 겨울 배구 V투어 출범으로 오랜만에 인기를 만회한 배구가 최근 여자팀의 올림픽 본선진출로 힘을 얻는 듯 했지만 정작 남자팀이 본선 문턱에서 쓴 맛을 봐 다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번 남자대표팀의 졸전은 이미 예선전 전부터 예견됐었다. 배구 V투어의 무리한 일정으로 대표급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하고 체력 소모가 너무 큰 데다 배구협회 또한 신진급 선수보다 익히 알려진 노장급 선수에 의지해 팀을 꾸리다보니 급변하는 세계배구의 흐름에 따라갈 수 없었다. 장윤창 배구협회 기술이사는 "한국팀은 선수층이 얇은 데다 V투어에서 쏟은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적었다"면서 "부상에서 회복치 못한 주력 선수들에 미련을 두기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주현 남자대표팀 감독은 이번 예선에서 신진식, 김세진, 김상우(이상 삼성화재) 등 컨디션이 바닥인 선수들을 매 경기에 투입해 패배를 자초했고 이형두(삼성화재) 등 신진급 선수들은 가끔씩 조커로 투입되는데 그쳤다. 장 기술이사는 "올림픽 본선티켓을 따낸 여자팀은 신구조화가 잘 됐지만 남자팀은 너무 어정쩡했다"며 "세대교체 실패와 신진 및 노장의 역할 분담이 되지 않은 것도 패인 중에 하나"라고 꼽았다. 또 실업배구팀 지도자들은 한국이 현대배구의 핵심인 강서브와 블로킹에 대해서도 전혀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채 80년대에나 통용되던 '코트 안에 안전하게 넣는 서브'에 급급한 점도 고쳐야할 점으로 지적했다. 배구계 인사들은 이와 같은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책으로 `프로화'를 꼽고 있다. 일단 프로화로 전환되면 각 팀 뿐 아니라 소속선수들도 자기 관리를 보다 철저하게 되고 지도자들 또한 지금보다 훨씬 분발하게돼 결과적으로 남자배구의 전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장 기술이사는 "프로시스템을 빨리 도입해야만 한국 배구가 살 수 있다"며 "프로로 바뀌면 선수들은 자기 몸이 생명이므로 더욱 관리를 잘하게 되고 지도자들 또한 더이상 적당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구협회는 지난 겨울 배구 V투어 성공을 토대로 배구 프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각 실업팀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프로 출범이 올해 안에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