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파일이 오면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온 의미를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난 석가는 결혼해서 두 아들까지 두었으나 생로병사의 고통을 보고 29세에 출가해서 6년간의 고행끝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다. 깨달음이란 곧 참된 '나'를 되찾고,'내'가 누구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석가는 깨닫는 사람 모두가 부처가 된다고 설법했다. 그렇지만 부처가 되기에는 마음속의 삼독(三毒)이 걸림돌이다. 탐욕과 성냄,어리석음이 그것인데 우리 내면 깊숙이 자리잡아 한없이 마음을 해치고 있다. 도처에서 사람들이 미워하고 반목하고 대립하는 까닭은 바로 삼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삼독에서 벗어나자고 경종을 울리는 것이 생의 진리를 터득한 큰 스님들의 법어(法語)다. 올해도 조계종 법전 종정은 봉축법어에서 "중생을 요익(饒益·풍요와 이익)케 하고 구제하는 것은 부처님의 서원(誓願)"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우리 곁에 있는 중생이 살아있는 부처다.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중생의 마음에도 부처님이 계시니 귀천을 차별하지 말자고 했다.천태종 김도용 종정은 "중생의 마음에 부처님이 오시니 사람마다 공덕의 숲이며 곳곳에 극락이 전개된다"고 했다. 스스로를 부단히 연마할 뿐더러 이기심에서 벗어나 우리 이웃과 함께 살아가자는 얘기다. 법문과는 달리 중요행사 때마다 나오는 법어들은 시대상과 무관치 않게 함축적이면서 추상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1980년 성철 스님이 종정수락 법어에서 "산은 산이요(山是山) 물은 물이요(水是水)"라고 한 말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우회적으로 적확하게 빗댔다 해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오늘 석가탄신일을 맞아 산사나 거리 곳곳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징한다고 하는 연등이 걸려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불교에서는 법보시(法布施)를 최고의 보시로 치는데 법보시의 전령격인 불교서적도 여는 해보다 많이 나와 있다. 진리의 빛을 밝히는 등(燈) 하나 하나와 큰 스님들의 법어 한마디 한마디가 '중생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는 빛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