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 군의 이라크 파병지를북부 쿠르드 자치주의 아르빌로 잠정 결정하고, 쿠르드측과의 실무협상을 마무리해가고 있지만 최종 결정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도 적지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르드족이 오랜 역사동안 독자적인 정부를 갖지 못한채 방랑을 거듭해온 비운의 민족적 특성을 갖고 있어 파병지 결정에 있어서 쿠르드족과 관련된 안팎의 변수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외적 변수 = 이라크내 쿠르드족에 대해서는 인접국가인 터키와 시리아는 물론이란 정부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고, 특히 이라크내 주요 민족인 아랍족의 쿠르드족에 대한 반감이 최근 높아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로 분열돼 있던 이라크 내 아랍족은 지난 4월 팔루자와 나자프에서 미군과의 격렬한 교전을 거치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며 `아랍 민족주의'를 자각하고 있는 반면 쿠르드족의 친미(親美)노선'에 대한 반감은 갈수록 높아가고있다. 특히 6.30 주권이양후 쿠르드족은 독자적인 자치권 확대를 계속 추구할 계획인반면 아랍족은 이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어 두 민족간의 갈등을 제대로 통제하지못할 경우 `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쿠르드족이 `이라크 연방을 벗어날 경우 생존기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점진적인 자치권 확대를 추구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도 `현상유지'를 바라고 있어 두 민족간의 갈등이 내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지만 민족갈등은 `상수(常數)'인 만큼 계속 주시가 필요하다는게 중론이다. 외적 변수로 무시할 수 없는 다른 요소로는 쿠르드 자치주 내에서 활동중인 이슬람 테러단체 `안사르 알-이슬람'. 술라이마니야를 중심으로 활동폭을 넓히고 있는 안사르 알-이슬람에 대해서는쿠르드애국동맹(PUK) 비밀경찰과 미군 당국이 계속 체포작전을 전개중이지만 알-이슬람은 연합군 임시행정처(CPA)를 비롯해 공공시설 및 민간인에 대한 테러공격을 기도하고 있어 한국군 파병시 최대위협 요인중 하나가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적 변수 = 쿠르드 자치정부측은 한국군 파병에 대해 당초에는 반대입장을보이다가 미군측의 설득에 따라 이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치안 확보를위한 파병은 원치않으며, 오로지 재건사업 지원에 국한해야 한다"며 한국군의 성격을 명확히 한정하고 있다. 이같은 입장은 특히 쿠르드 민병대인 `페쉬메르가' 고위 장교들 사이에서 매우강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파병시 페쉬메르가와의 관계 정립 및 우호관계 설정시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또 쿠르드 자치정부가 쿠르드 민주당(KDP) 총재인 마수드 바르자니와 그 일가에의해 실질적으로 통치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중 하나이다. 아르빌주와 도후크주를 통치하고 있는 쿠르드 지역정부의 니제르반 바르자니 총리는 바르자니 총재의 조카이고, 아르빌 공항관리위원회의 사르다르 살림 주바이르 위원장도 바르자니의 친척이며, 여기에 바르자니 총재의 아들도 지난해 이라크 북부지역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개입했다는 구설수에 오를 정도로 쿠르드 자치주는바르자니 일가의 왕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함께 파병지를 아르빌로 하고, 재건지원이 이 지역에 집중될 경우 KDP와경쟁관계로 술라이마니야를 통치하고 있는 쿠르드 애국동맹(PUK)쪽의 `시기'도 고려에 넣어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아르빌=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