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2년전 인권단체에 의해 제기된 군수용시설내 학대 개선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이 작금의 이라크 포로학대 파문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됐다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2년 군수용시설내 학대와 관련한 보도가 나온 이후 대통령급 수준에서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포로학대에 대한 비난성명이 나와야 한다'는인권단체의 거듭된 압박이 가해지자, 머뭇거리다가 고문을 비난하는 하위 관리들의서한을 내는데 그쳤다. 부시 행정부는 2003년 6월 26일에서야 부시 대통령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고문을 비난하는 것은 물론, 기타 잔혹하고 통상을 벗어난 체벌을 방지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는 이런 성명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모순되는 포로심문절차를 승인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계속했다. 따라서 2003년 발표된 대통령의 성명을 미 행정부가 실제로 어떻게 다뤘느냐가결국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포로학대 스캔들의 핵심이 되는 것이라고 인권단체와 상원관계자 등은 지적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인권단체와 유럽 우방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미 중앙정보국(CIA)과 군당국이 수감자를 심문하는 전술에 제한을 가하지 않았다. 알 카에다를 해체하고 이라크의 저항세력을 잠재우기 위한다는 차원에서 이런 심문방법이 용인된 셈이다. 미 행정부는 국가간에 이뤄지는 전통적 의미의 전쟁과 제네바 협약의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위험한 집단을 다루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같은 심문전술을 약화시키지 않은 것이다. 미 행정부의 내부 논의에 밝은 사람들은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제네바협약과 같은 국제법을 경멸했는지, 아니면 대통령 명의로 발표된 고문비난 성명이 장차 행정부의 발목을 잡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미 행정부가 강력한 반(反)고문 입장을 성명을 내는 수준을 넘어 이행단계로 추진하지 못한 것은 애초부터 수감자 학대와 관련한 의혹을 다루는데 있어 백악관과 국방부 관리들이 별다른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톰 맬리노스키는 "내가 느끼기에 행정부 관리들은 부정직했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못했으며, 따라서 지금 (이라크 포로학대 파문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승일기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