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자 산업계와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고강도 에너지절감 대책이 확산되고 있으며 정부는 당초 이번주 국무회의에 상정하려다 유보했던 교통세와 석유수입부과금 인하방안을 내주중 다시 추진키로 했다. ◆정부 교통세 등 인하추진 = 정부는 11일 국무회의 상정이 유보됐던 교통세와석유수입부과금의 인하방안을 내주중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관련부처간의 세율 인하폭에 대한 의견조율은 마친상태여서 국무회의와 고시 등 행정 절차만 밟으면 곧 시행될 전망이다. 인하 범위는 교통세의 경우 10% 내외, 지난달 28일 ℓ당 14원에서 8원으로 낮췄던 석유수입부과금은 4-6원으로 추가 인하될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세가 10% 인하되고 석유수입부과금이 추가로 내리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ℓ당 70-80원 떨어지게 돼 정부의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 1천360원 이하 억제목표는 당분간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함께 수출입은행을 통해 해외유전개발 사업 금융지원을 작년 570억원에서 올해 1천억원, 내년 2천억원으로 확대하고 금리, 대출기간 등 금융조건을 우대, 원유자주개발률을 높이기로 했다. 또 연내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대통령 직속의 국가에너지위원회 설치를 골자로한 에너지기본법(가칭)을 마련, 중장기 에너지 확보 문제와 위기 대응방안을 총괄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석유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 자동차 의무10부제, 승강기 운행제한 등 강제적인 에너지관리 방안은 당분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계 에너지절감 비상 = 내수침체 여파와 수출경쟁력 유지 문제 때문에 유가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산업계는 `짠돌이 경영'을 통한비용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유가변동에 민감한 항공과 정유업계의 노력은 눈물겹다. 대한항공은 운항.정비.자재.기획.여객 등 관련 부서 핵심인력으로 구성된 전사(全社) 연료비절감 테스크포스팀을 발족, 국내선 운항고도 조정, 항공기 및 객실용품무게 경감, 경제항로 발굴 등의 대책에 착수했다. 또 출발지, 도착지 유가를 파악, 저렴한 지역에서 추가 급유를 하는 연료 탱커링(Tankering)도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부터 조류독감, 고유가 등으로 가동해온 비상경영체제를 최근 고유가 사태를 감안해 5-6월 2개월 연장 운영키로 했다. 또 점심시간 사무실 일괄소등, 복도.화장실 격등제 실시, 사무실 18-20도 유지및 난방 최소화 등 사내 에너지 절감대책도 마련했다. SK㈜는 안정적인 원유수급을 위한 장기도입물량 확보와 국제 현물시장에서의 저렴한 현물구매를 적극 검토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중이며 LG칼텍스정유도 전세계 30여개국 60여종의 원유거래선 가격동향에 대한 실시간 상시감시체제를 가동, 거래선 가운데 가장 가격이 낮은 유종을 구입하는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자동차업계는 고유가현상이 지속되면 신차 수요를 위축시켜 내수침체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 수출로 내수침체를 만회하는 것이 한계점에 달해 각 사별로 내수판매를 늘리기 위한 판촉대책을 수립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휘발유의 교통세 추가인하를 위한 여론조성에 힘을 쏟고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은 에너지 비용 700억원 중 10% 가량 줄이자는 방침하에 대대적인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삼성전자도 사업장별로 휴식시, 퇴근시 조명소등과 컴퓨터 절전모드 설정 등의 활동을 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