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호텔 향응을 받아 물의를 빚어 정부가사임을 종용하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치려 한다며 버텨오던 에른스트 벨테케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가 16일 결국 사임했다. 벨테케 총재는 이날 이사회에 사직서를 낸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나와 분데스방크에 대한 왜곡된 허위 주장들이 제기되고, 법적으로 보장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무시되는 등 무책임한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동안 노골적으로 사임 압력을 가해왔던 한스 아이헬 재무장관은 "그의 사임결정을 존중하며 분데스방크와 총재직의 명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부 야당 의원들과 언론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정권이 비협조적인 벨테케총재를 몰아내기 위해 의심스런 방법으로 호텔 향응 사실을 캐내 언론에 흘렸다면서독일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장기 경기침체로 지지율이 바닥에 추락한 슈뢰더 정권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했으나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를 겸하는 벨테케 총재는 유로권 금리인하에 가장 적극적인 반대자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벨테케 총재는 분데스방크가 보유 중인 금을 매각해 교육과 연구개발 기금을조성하려 한 반면 정부는 이를 재정적자 해소에 사용하려 해 갈등을 빚어왔다. 한편 아이헬 장관은 후임자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함구로 일관했으나 위르겐 슈타르크 분데스방크 부총재와 카이오 코흐-베저 재무차관, 알프레드 타케 경제.노동부 차관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코흐-베저 차관의 경우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금융전문가이지만 자기 색이 뚜렷하며 슈뢰더 총리와 아이헬 장관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당시 독일 몫으로 되어 있던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보로추천받았으나 미국의 거부로 호르스트 쾰러가 임명된 바 있다. 그러나 제1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은 코흐-베저에 대해 반대하면서 자당 소속인슈타르크 부총재를 밀고 있으며, 이 와중에 제3의 타협책으로 타케 차관이 거론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