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 박일수씨 분신사건을 둘러싸고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갈등을 빚어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탁학수)가 정치투쟁 위주의 노동운동 방식에서 완전 탈피,독자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해 민주노총과의 대립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현대중 노조는 31일 민주노총 금속연맹의 제명결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금속연맹의 제명절차와는 관계없이 선명성과 투쟁위주의 구시대적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큰 틀'의 노조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 노조는 "금속연맹과 비정규 하청노조 중심의 분신대책위는 그동안 박일수씨 분신사건을 전국적 정치투쟁의 불씨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했다"면서 "조합원 모두에게 유익하지 못한 이러한 투쟁방식에 참여하지 않은게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현대중 노조는 금속연맹 핵심사업장인 현중노조를 징계한데 대해 금속연맹과 민노총 울산본부의 공개사과와 징계철회, 집행부 사퇴를 촉구했다. 노조는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분담금 납부를 무기한 중단하는 한편 민주노총 사업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사실상 민주노총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금속연맹은 지난 3월26일 현대중공업 노조 제명을 결의한데 이어 8월로 예정된 대의원대회에서 제명 여부를 최종 결론지을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 노조와 민주노총 금속연맹간, 현대중 정규직 노조와 사내 비정규 노조간 첨예한 노ㆍ노갈등으로 비화돼 올해 노사분규의 새로운 불씨가 되지 않을 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양측간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민주노총으로서는 한때 '노동운동의 대명사'로 불린 국내 최대 규모의 노조를 잃는 막대한 손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현대중 노조가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연간 5억8천만원(전체의 약 9%)의 분담금도 민주노총으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조합원 2만여명의 현대중 노조로서도 민주노총을 이탈하는데 따른 부담감도 있다. 현대중 노조로서는 민주노총 이탈이 '반노동자적인 행태'라는 노동계의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겠지만 대기업 노조에 의존해온 민주노총의 노동운동 방향은 앞으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