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병역특례기간이 끝나자마자 인근 대도시 서비스업종으로 무섭게 빠져나갑니다. 현장을 지키는 인력은 40대 중ㆍ장년층이 대부분입니다. 기가 막힙니다."(기계업체 B사 권모 대표) "자동용접 로봇이 없으면 작업량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해외산업연수생이 들어오면서 조금 숨통이 트였습니다."(조선업체 D사 인력운용팀장) 대기업에서부터 중소업체까지 '젊은 피'를 구하지 못해 생산현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은 생산직 평균연령이 43세에 달한다. 포스코와 현대모비스도 41세와 40세로 접어들었다. 현대자동차도 39.8세로 불혹(不惑)을 앞두고 있다. "생산직 고령화는 고임금 인력구조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원가경쟁력을 약화시킵니다. 도장과 용접,프레스 등 이른바 3D직종은 현장의 제조 노하우를 전수할 길도 막혔습니다."(조선협회 관계자)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의 현장에선 생산직 고령화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 대형 사업장이 나이를 많이 먹은 근로자들로 구성되면서 장기적인 성장동력마저 잃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 생산성, 원가 경쟁력에 직격탄 조선 중공업 자동차 철강 등 전통 제조업체의 생산직 평균 근속연수는 15년 안팎으로 평균연령이 이미 40대에 진입하지 오래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생산직 인력 중 40대 이상이 1만명에 육박하면서 전체 생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다. 이에 반해 20대는 10%도 안된다. 대우조선해양도 비슷한 상황이다. 조선공업협회가 지난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생산직 평균 연령은 40.7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 현대자동차의 경우 평균근속연수가 14년에 달한다. GM대우와 기아차 역시 생산직 평균연령이 30대 후반에 달했다. 문제는 40대를 넘어설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는 반면 회사로서는 고임금에 따른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 삼성중공업의 경우 생산직 1명당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급여만 5천만원 이상 들어간다. 이미 인건비가 매출원가의 20%를 넘어서면서 기업운영의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다. ◆ 경직된 인력운영 구조도 한 몫 이들 대형사업장의 경우 강력한 노조활동으로 고용안정을 이루면서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생산직 노령화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들 업체의 경우 정규직의 완전 정년보장은 결코 협상할 수 없는 '벽'이라는게 인사노무담당자들의 얘기다. 신규 채용인력 역시 정년퇴직자를 보강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GM대우차 관계자는 "신규인력들이 필요한 직무기술을 축적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20∼50대까지 적절한 인력구조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미숙련 노동자만 양산, 생산성과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비용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고령화 문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 단계에서 거의 모든 국가들이 직면했던 문제"라며 "노ㆍ사ㆍ정 모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