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규탄하는 마지막 촛불집회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다. 5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탄핵무효 범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5시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종각에 이르는 대로에서 8만여명(경찰 추산 3만5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오종렬 범국민행동 상임공동대표는 대회사에서 "전 국민이 함께 밝혔던 촛불을 광화문이 아닌 모든 생활터전에서도 밝혀나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이 날 오후 5시께부터 연인, 친구 가족단위로 행사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종각 방향 8차선 도로에 질서정연하게 앉아 '탄핵무효',`민주수호'라고 쓰인 빨간색, 보라색 카드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1.2부로 나눠 진행된 본 행사에는 어린이 예술단 `아름나라'와 노래패 `우리나라', 민중가수 안치환씨의 공연에 이어 소설가 황석영씨 등의 시민발언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오후 6시 30분께 어둠이 깔리자 일제히 아침이슬을 부르며 맨 앞줄에서부터 촛불을 켜 뒷줄 사람에게 불을 붙여주는 방식으로 광화문 거리를 밝혔다. 남자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채하연(27.여)씨는 "그동안 촛불집회에 한번도 동참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만사 제쳐놓고 달려왔다. 탄핵안 가결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기에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성원(43)씨는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매 주말 집회에 참석했다. 오늘이 마지막 집회이지만 촛불은 이미 모든 집회 참여자의 마음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중단돼도 그리 아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주최측은 행사를 끝내면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국회를 4.15총선 때 심판하자"며 "`의회 쿠데타'는 국민의 힘으로 심판되고 부당한 탄핵은 무효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최측은 당초 예정을 1시간여 넘긴 오후 9시20분께 행사를 마쳤으며 경찰의 허락 하에 참가자 중 100여명은 명동성당까지 `촛불행진'을 벌였다. 범국민행동은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를 갖고 2주일간 계속된 평화적인 촛불행사를 통해 탄핵무효에 대한 전국민적 의지가 확인됐다고 판단돼 광화문 촛불집회를 중단하고, 1천만명 서명운동 등 일상적인 탄핵무효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8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바른선택 국민행동은 이 날 오후 6시 촛불집회장과 인접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2천여명(경찰추산 1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탄핵지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친북좌익 척결, 시민혁명 타도, 편파방송 중단, 퇴진 노무현 등의 내용이 적힌 카드와 태극기를 나눠들고 `오~ 필승 코리아'와 `아 대한민국' 등의 노래를 합창했으며 집회는 오후 8시20분께 끝났다. 경찰은 광화문 일대에 교통경찰 3개중대 360여명과 경비인력 48개 중대 5천여명을 배치, 주변 도로의 교통을 탄력적으로 통제하고 탄핵 지지 행사장 주변을 경찰버스로 에워싸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 율 기자 zoo@yna.co.kr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