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을 맡은 법정대리인단이 국회 탄핵소추의 핵심사유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 중앙선관위가 청와대와 야당측에 상이한 입장을 취해 혼란을 부추겼다고 지적하고 나서 선관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법정대리인단은 22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지난달 24일 대통령의 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린 선관위가 대통령과 민주당측에 내용이 각기 다른 결정 공문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대통령측이 지난 3월3일 선관위로부터 수령한 공문에는 `대통령님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 금지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중립의무를 지켜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다음날 민주당이 받은 공문에는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법 제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라는 내용이 각각 담겨져 있다. 이에 대해 대리인단은 "국가기관이 자신의 권한 범위에 속하는 판단을 내릴 때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명백히 다른 내용의 문서를 양측에 보내 혼란을 부추겼으며 결국 탄핵사유의 논리적 출발점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대리인단은 그러나 이러한 선관위의 `이중적' 태도가 결국 야당의 협박으로 야기된 결과라고 주장, 선관위를 직접적인 공격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선관위가 일관된 입장을 갖지 못한 것은 야당이 `2월24일 기자회견' 이후로 줄곧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 판정'을 내리지 않으면 선관위원장부터 직무유기로 탄핵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선관위에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라는 것. 대리인단은 이런 이유로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선관위의 결정이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이 비록 선관위의 `애매한 태도'를 주된 비난대상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선관위 결정의 배경과 진의(眞意)가 탄핵심판을 맡은 헌재의 주된 심리대상이 되는 만큼 선관위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없음'으로 헌재에 회신할 방침을 정했지만 필요할 경우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결정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할 의향은 있다고 밝혀 대리인단의 지적에 대한 대응 내지는 해명의 기회를 열어둔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