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대통령 탄핵소추를 규탄하는 대규모 평화적 촛불행사와 이라크전쟁 1주년 반전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 행동(탄핵무효 국민행동)은 20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13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3시30여분간 `탄핵무효와 민주주의수호를 위한 100만인 대회'를 진행했다. ◆13만 시민참여..`촛불 바다' 장관 = 이날 행사는 경찰추산 13만명(주최측 20만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열려 지난 12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후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시민들은 동아일보사∼시청 사이 왕복 10차선 도로와 인도를 발디딜 틈 없이 가득 메웠고 광화문 일대에 `촛불 바다'를 연상시키는 장관을 이뤄냈다. 오후 5시30분께부터 연인.친구.가족단위로 행사장에 속속 도착한 시민들은 `탄핵무효'가 쓰인 붉은색 카드와 `민주수호'라는 보라색 카드를 들고 행사에 동참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포항.대전.경기도 용인 등 각 지방에서 올라와 촛불행사에 참여하는 열성을 보였다. 가족들과 함께 나온 주부 김정애(31.은평구 불광동)씨는 "탄핵에 반대하고 아이들에게 이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들 세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이재은(13)양은 "국회의원들이 싸우는게 싫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며 "국민들의 생각을 물어보지도 않는 정치권이 싫기 때문에 어른이 되면 정의로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화행사로 진행 =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문화공연을 즐기면서 `탄핵무효'`민주수호'라고 적힌 대형천 날리기, 촛불 파도타기 등 대형 퍼포먼스를 함께 연출했고 인터넷 현장 생중계로도 진행돼 `사이버 대회' 참가자를 이끌어냈다. 또 주부.직장인 등 일반시민들이 무대 단상위로 올라와 대통령 탄핵안을 규탄하고 국민들을 무시한 정치인을 17대 총선에 심판하자는 내용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오후 7시20분께부터 1.2.3부로 나눠 시작된 본 행사에는 신해철,안치환,조PD,BMK,권진원,블랙홀,서문탁,정태춘.박은옥 부부 등 유명 가수를 비롯해 `우리나라' 등민중가수 등이 대거 출연해 현장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선 권오을(權五乙) 의원, 서울 도봉을 지역구에 출마예정인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간사대리인을 맡고 있는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도 모습을 나타냈다. 탄핵무효 국민행동은 `100만인 대회 선언문'에서 "광화문과 전국 방방곡곡에서켜든 100만개의 촛불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가장 강력한 선언"이라며 "국민은 승리했고 의회쿠데타 세력이 주도한 대통령 탄핵은 무효"라고 밝혔다. 정현백 공동상임대표는 개회사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며"모두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즐겁게 보낼수 있도록 문화축제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반전집회 참가자.한총련 학생들도 합류 = 100만인 촛불행사에 앞서 이날 오후3시 대학로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 1주년 전세계 반전행동' 집회가 열렸고 4천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대학로에서 광화문 교보문고 소공원 앞까지 2개차로를 이용해 행진, 탄핵무효 촛불행사에 합류했다. 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대학생 3천여명도 광운대에서 대의원 대회를 마치고 대학로 반전집회와 촛불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행사를 마치고 경찰통제 아래 서울역까지 한 개 차로를 이용해 행진한뒤 광운대로 이동, `한총련 출범 선언대회'를 가졌다. ◆경력 8천여명 배치..충돌없어 = 경찰은 이날 촛불행사로 인해 오후 6시께부터광화문과 시청일대 교통을 통제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 행사장 주변과 미 대사관 등 주요 시설에 모두 79개 중대, 8천여명의 경력과 바리케이드용 전경버스 265대를 배치했다. 경찰은 당초 탄핵무효 촛불행사 시작에 앞서 주최측의 무대설치 작업을 봉쇄해주최측과 경찰사이에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시민들이 행사장에 속속 도착하자 광화문 방향으로의 진출을 차단한 채시청 앞까지 도로를 개방해 평화로운 집회를 유도하는 데 주력했고 주최측도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질서를 유지하고 자진 해산시켜 평온하게 집회를 끝냈다. ◆전국 60여곳서 촛불행사 = 부산에서는 탄핵 무효 부패정치척결 민주수호를 위한 범부산시민대회가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쥬디스태화 쇼핑몰 앞에서 5천여명(이하경찰추산)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집회를 열었다. 부산 집회를 주최한 `탄핵무효 부산시민행동'은 이 촛불집회 현장을 인터넷으로생중계했으며 저녁 8시부터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참석자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밖에 광주(700여명). 대구(1천500여명) 대전(1천300여명) 등 주요 도시를 비롯한 전국 60여곳에서도 각각 수백-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집회를 갖고 대통령탄핵 무효와 부패정치 척결 등을 외쳤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시가행진이 벌어지기도했으나 역시 충돌이나 불상사는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