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3주기(21일)에현대가(家) 사람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일 것으로 예상돼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의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특히 첨예하게 대립해온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간의`만남'도 이뤄질 것으로 보여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가 일원들은 20일 저녁 청운동 옛 정주영 명예회장자택에 모여 조촐하게 제사를 지내고 3주기인 21일에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참배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9일께 현 회장은 그룹 사장단과 함께 선영을 찾을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 등 현대가 기업들은 회사차원의 공식추모 행사는 갖지 않을 계획이어서 3주기 행사는 순수 가족 행사로 이뤄질 것으로보인다. 이번 현대가의 회동은 특히 경영권 분쟁의 중대 고비인 현대엘리베이터 정기 주주총회(30일)를 불과 열흘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며느리인 현회장과 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모두 참석,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양측이 극적 화해를 모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 관계가 이미 틀어질대로 틀어져 타협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범현대가에서 중재자로 내세운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 등 3명의 이사 후보가 13일 사퇴, 중재를 통한 해결이 사실상 무산된만큼 범현대가도 주총 표대결에 대한 입장을 이번 회동을 통해 매듭지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가에서는 최후의 대안으로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내심 어떤역할을 기대할 것으로 보이나 정작 정 회장의 제사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장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부담감으로 공식적인 가족 행사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2주기 제사에도 아들인정의선 현대기아차 부사장을 대신 보냈었다. 또 정몽구 회장이 참석하더라도 그동안 경영권 분쟁과 관련, 비관여 원칙을 밝혀왔기 때문에 중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주총에서 표대결까지 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은 만큼 이번 제사에서의 회동을 계기로 극적 화해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이정진기자 hanksong@yonhapnews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