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백70여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배드뱅크'를 해법으로 들고 나왔다. 적용대상자를 5천만원 미만 채무자들중 3개월 또는 6개월 이상 연체한 '기존'의 신용불량자들만을 대상으로 정했기 때문에 향후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사람들은 전혀 혜택을 볼 수 없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1백만~1백50만명의 신용불량자들을 개별 금융회사들의 구제 프로그램이나 '배드뱅크'에 몰아넣겠다는 것으로 신용불량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기 보다는 다른 형태로 바꿔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 정부는 유동성 지원에만 역할 한정 정부가 이날 제시한 신용불량자 해법은 외관상 정부의 역할을 '배드뱅크에 대한 5천억원 가량의 유동성 자금지원'으로 국한시키고 나머지 문제들은 채권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는 6조원 안팎의 개인 부실채권을 배드뱅크가 한꺼번에 사들여 금융회사의 부실을 털어주고, 신용불량자들을 배드뱅크에 편입시키는 조건으로 원금의 3%를 채권금융회사에 갚도록 한 것은 정부가 제시한 '당근'이다. 배드뱅크를 설립하기 위해 채권금융회사들이 부실채권을 '현물'로 출자해야 하고,정부는 단지 부실채권이 현금화되기 전까지 1년 정도 유동성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나 신용불량자들이 받는 실질적인 혜택은 거의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신용불량자 숫자줄이기 정부는 국세 등 세금체납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14만5천명(작년 말 기준)을 신용불량자 명단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들이 신용불량자에서 제외된 이후에도 세금체납자 인원수를 공개할 계획이기 때문에 숫자줄이기 장난이 아니다"고 말했으나 신용불량자 수는 당장 15만명 가까이 줄어들게 됐다. 재경부는 또 서울보증보험의 지급보증을 받아 휴대폰 등을 구입한 사람들중 요금체납자들이 자동으로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현실을 고치기 위해 서울보증보험과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1백37만명은 개별 금융회사에 위임 정부는 단일 금융회사에 연체된 신용불량자들에 대해서는 개별 금융회사들이 소정의 심사를 거쳐 일정기간 상환을 연장해 주도록 함으로써 1백37만명의 신용불량자 문제를 개별 금융회사로 넘겼다. 20∼30대 청년층 신용불량자들이 일하면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각 금융회사가 거래하는 중소기업과 연계,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