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교인들이 살림살이를 다 해요. 2백억원이나 들여 새 교회 건물을 짓고 있지만 목사는 일절 관여하지 않습니다. 목사는 영적인 일만 담당하지요."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일산4동 일산광성교회 1층 친교실.이 교회 정성진 담임목사(49)가 이날 새로 온 20여명의 신자들에게 목회방침을 자세히 설명한다. 다른 교회처럼 목사 한 사람의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교회를 운영한다는 것,교회 분위기는 활기차고 밝고 건강해야 한다는 것,교회 개혁의 모델이 되는 게 자신의 꿈이라는 것….지난 1월 교회 창립 7주년을 맞은 이 교회의 등록 교인은 6천여명.재적 신자가 4천여명에 이르고 주일예배 참석자가 성인만 1천8백명가량,어린이를 포함하면 3천명에 이른다. 교회 창립 당시 반경 2km 이내에 교회가 무려 1백여개나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 속도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큰 교회보다는 '바른 교회'를 지향한다"는 정 목사의 목회철학과 방침이 그 원동력이다. 그가 생각하는 바른 교회란 섬기는 교회,인재를 양성하는 교회,상식이 통하는 교회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지만 운영의 주도권은 목사나 장로들이 아니라 평신도들이 가져야 합니다. 평신도들이 교회의 주인이 되는 것이죠." 지난 2000년 제정한 '광성교회 규약'은 이런 의지의 산물이다. 이 규약의 핵심은 목사와 장로의 권한을 줄이고 교인의 교회 운영 참여를 확대한 것.목사와 장로는 65세가 정년이며 목사는 6년간 일한 후 신임투표를 통해 재임 여부를 결정한다. 장로 역시 6년 동안만 시무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교인들의 운영 참여는 '열린제직회'를 통해 보장된다. 주일 저녁예배 시간에 열리는 '열린제직회'에는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참석해 발언할 수 있고 방문객도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열려있다. 이 교회가 쓰고 있는 4개의 건물에는 잠시도 놀리는 공간이 없다. 현재 18기째인 3개월 단위 문화강좌에는 무려 50개 과목이 개설돼있고 수강생의 80% 이상이 일반 주민이다. 또 사회선교관 1층의 도서관에는 6천권의 장서와 비디오 6백개를 갖춰 주민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쉼터인 '십대들의 둥지'는 이들이 건전하게 즐기고 놀 수 있도록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둔다. 이밖에도 호스피스 사역,외국인과 빈곤층을 위한 긍휼전도단,영어에 능통한 교인들이 가르치는 CMS영어교실 등 이 교회의 사회선교 활동은 일일이 손꼽기 어려울 정도다. 일산광성교회의 올해 예산은 27억원.예·결산 내역은 열린제직회를 통해 완전히 공개된다. 특히 올해의 경우 새 건물을 짓는 가운데서도 선교 및 교육예산을 20%나 늘렸다. 정 목사는 "목사가 몸을 낮추고 섬기면 못할 일이 없다"면서 "새 성전은 예배당 중심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와 교육시설 중심으로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