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은 어느 행정부가됐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북정책 실무책임자였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은 10일 오전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국제대학원 학생들을 상대로 가진특별 토론수업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북 정책의 변화가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셔먼씨는 "최악의 무기를 최악의 리더의 손에서 제거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동의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올브라이트 재단 이사장으로 재단 업무차 8일 방한한 셔먼씨의 이번 특강은 한국 젊은 세대의 대북관 및 대미관 등을 듣기 위해 토론식 수업을 자청한 데 따른 것이다. 셔먼씨는 특히 `미국이 CVID 방식을 고수하면서 6자 회담이 한 걸음도 진척되지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CVID는) 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는 비합리적은원칙은 아니며 만약 북한이 동의한다면 구체적인 절차나 단계에 대해선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아 결과적으로 북한이 더 많은 플루토늄을 보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줬다"며 "부시가 클린턴 정부의 유산을 그대로 받아서 논의했더라면 북한이 여러 개의 핵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으로 사태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94년 제네바 합의는 이후 10년간 북한이 신속하게 무장하는 걸 저지하는효과가 있었는데 현재의 6자 회담도 효과는 있지만 협상 테이블까지 끌고 오는 데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면서 "케리가 당선된다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많은시간을 소비하는 대신 훨씬 더 효과적이고 강한 방법으로 강력한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협상을 한다고 해서 상대편의 공갈에 넘어가는 게 아니고 중요한 것은협상 테이블에 앉아 공갈에 당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북한 핵협상 전망에 대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은 진지하게 협상에 응할 것"이라며 "그러나 핵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면서 동시에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억지력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다가 경제.군사.정치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면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셔먼씨는 또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 보유 여부와 관련해 "있는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내가 신뢰하는 사람들은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북한은 이것이 있다면 폐기해야 하고 없다면 (검증이 가능하도록) 완전하게 공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불가침 보장에 대해선 "미국이 안전을 보장할 용의는 있지만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어 국가간 조약의 형식으로는 어렵고 6자 회담의 결과로 집단 안전보장을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셔먼씨는 아울러 "한국전쟁 후 미국은 한국에 `빅 브라더'처럼 행동해 왔지만그동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고, 두 차례 민주정부를 거쳤을만큼 민주적,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등 이제 한국은 (미국의) `주니어 파트너'가 아니라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어리고 안보문제가 얽혀 있어 그냥 놔두기는 어렵다(hard to let go)"고 말했다. 한편 셔먼씨는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왜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면역된듯한 반응을 보이는가' `왜 부시 대통령을 김정일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느냐'등의 질문을 하며 국내 반미감정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