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할 기업은 한정돼 있는데 지자체마다 공단을 만든다고 아우성이니 지방공단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습니까." 10일 자동차메카(오토밸리) 건설을 목표로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인 울산시 북구 매곡지방산업단지 현장을 찾은 울산시 투자유치단의 김상채 사무관은 한숨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대차와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밀집한 지역여건상 분양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지난달 15개 업체만 분양신청을 한데 대해 당혹해 하는 모습이었다. 조성원가보다 평당 8만원 싸게 내놓았는 데도 저조한 신청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 사무관은 "이런 상황에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자동차 부품공단을 새로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빈 공단만 늘어 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울산 주변 지자체들이 신규 조성키로 한 자동차 부품공단은 3개소에 80여만평. 경주시는 울산과 경계인 외동에 30만평, 부산 기장군은 장안읍 반룡리 일대 30여만평, 양산시는 웅상읍 용당리 일대 16만평에 각각 자동차 부품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울산 반값 정도에 공장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우량 자동차부품 업체만 유치키로 했던 울산시도 유치업종 제한을 대폭 풀기로 했다.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경쟁으로 지방공단은 현재 공급과잉에 따른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오는 2007년까지 건설되거나 이미 완공된 지방산업단지는 21개소에 8백77만여평. 이중 2백32만여평은 미분양 상태다. 사업 후 미분양이 계속되자 일부 공단에선 사업기간을 10년 정도 넘겼다. 건설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분양률 50% 초과 지방공단은 7개소로 1백4만여평에 달한다. 올해 사업이 끝나는 지방공단의 미분양률은 경북 왜관일관지방산업2단지 82.0%, 전주 과학산업단지 80.4%, 전북 정읍제2지방단지 52.3%, 울산 매곡단지 55.1% 등이다. 오는 2006년 사업이 완료될 나주지방산업단지와 충남 아산 인주지방1공단 등은 80%를 넘어선다. 장기 경기침체와 중소기업 중국 이전 러시 등에 비춰 미분양 지방공단의 분양은 사실상 기대난이다. 인천 남동공단은 지난해 12월 한달간 35개 업체가 중국 등으로 공장을 옮겨 산업공동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강원 동해시 55만여평의 북평공단에는 고작 50여개 업체만 입주해 있다. 경남 의령군의 봉수농공단지는 전체 9만5천여평 가운데 45% 정도인 4만3천여평이 잡초밭이다. 경북 김천 구성단지 24만5천여평도 10년이 다 됐지만 입주업체가 없어 빈땅으로 놀고 있다. 대구 염색산업단지는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공동화 위기에 처했다. 조형제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지역특성화에 기초한 혁신 클러스터로 단계적으로 육성해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지방공단도 살 수 있다"며 "전국에 걸쳐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지방공단 사업에도 수급 논리가 적용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