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비관해 아이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린 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는 일가족 동반자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4시 25분께 경기도 시흥시 거모동 모 아파트 이모(43.무직)씨 집에서 이씨와 아내(41), 딸(11), 아들(4)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주식투자 실패 등으로 1억원을 빚지고 있었던 점과 거실에서 성분을 알 수 없는 약물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이씨가 생활고를 비관,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4시에도 인천시 남구 주안7동 모 아파트 이모(45.무직)씨 집에서이씨와 아내(35), 큰 딸(12), 둘째 딸(10)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해 가을 실직상태에서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점으로 미뤄 생활고에 시달리다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딸들과 자신은 극약을 먹고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29일에는 부산에서는 빚더미에 앉은 이모(40.여)씨가 12살과 10살난두 딸과 함께 음독 자살했으며, 지난해 12월 4일에는 경기도 시흥에서 김모(42.광고업)씨가 경마와 경륜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신의 승합차 안에서 아내(42), 아들(14), 딸(10) 등과 함께 음독 자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전에서 사업실패를 비관한 40대 가장이 공기총으로 아내와자녀 등 2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0월에는 가정불화를 비관한 30대 주부가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을 목졸라 살해한 뒤 수원시내 야산에 유기하고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쳤으며, 같은 해 8월에는 부산에서 빚더미에 올라앉은 30대 가장이 아내와 15살 딸을 살해한 뒤 자살을기도하다 역시 미수에 그쳤다. 지난해 7월에는 카드빚에 시달리던 30대 주부가 인천 부평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두 딸을 먼저 밖으로 던진 뒤 자신도 투신자살해 충격을주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하거나 자녀와 함께 동반자살한 사건은 모두 12건으로 이로 인해 모두 39명이 숨졌으며 이 중 어린 자녀들이2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어린 자녀의 의사에 상관 없이 함께 자살하는 세태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며 가정 내에서 어떠한문제에 부딪쳤을 때 극단적인 방법이 아닌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근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천여성의 전화 배임숙일(46.여) 회장은 "가부장적 사회 구조상 가장들 자신이과도한 짐을 짊어졌다는 부담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며 "가정 내공동체 의식 함양과 보육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