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추가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에 올들어 교체 파견된 미군 제25보병사단 병사들이 무고한 민간인을 저항세력으로 오인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새로운 전장(戰場) 환경에 노출된 병사들이 스트레스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돼 한국의 군 당국도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알-자지라방송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하와이에서 이동배치된 미25사단 14보병연대 1대대 병사들이 지난 3일 키르쿠크 남쪽의 투즈에서 이라크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부모를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사망하고 11살짜리 어린이가 다쳤다. 이에 대해 미군측은 저항세력 색출작전 중 누군가 AK-47 소총을 발사해 응사하는 과정에서 교전이 벌어졌고, 부상자 1명 등 2명을 붙잡아 부상자를 키르쿠크 병원으로 후송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민원내용의 진위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양치기들이 몰래 접근해 오는 미군을 도둑으로 착각해 총을 쐈고, 미군 병사들은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는 것으로 오인해 응사한 것이라며 미군측 해명과는 다소 다른 시각을 보였다. 또 같은 사단의 27보병연대 제1대대 소속 병사들이 지난달 18일 키르쿠크 인근에서 부녀자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소녀 1명이 숨지고 사망자의 어머니 등 2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과 관련, 미군측은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졌던 곳에서 정지명령을 무시하고 달아나 총격을 가했다는 당사자들의 진술이 교전수칙에 부합되는 것으로 판단돼 유족에게 보상금을 주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무고한 사람을 죽여 놓고 보상금으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미군측의 움직임에 반발해 미군과 주민들간의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군 주둔지로 유력한 키르쿠크의 하위자에서도 27보병연대 1대대소속 병사 1명이 지난달 27일 저항세력으로 의심되는 주민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사살해 막사에 구금된 채 미군범죄수사대(CID)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군 병사들이 무고한 주민들을 향해 마구잡이식으로 총격을 가하는것은 적대세력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든 공격받을 수 있다는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현지의 한 소식통은 "미군은 적극적으로 저항세력을 색출하는 입장이지만 한국군은 미군과는 다른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작전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를 하지 않으면 한국군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연합뉴스) 박세진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