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와 엔화간 교환비율인 '원ㆍ엔 재정환율'이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보름 전만 해도 원ㆍ엔 환율은 1백엔당 1천1백원선을 웃돌았지만 최근 4개월 만의 최저인 1천50원대로 급락했다. 달러화 가치의 이상 강세가 엔화환율에 고스란히 반영된 반면 원화환율은 국내 달러 수급요인에 의해 제자리를 맴돈 결과다. 작년 9월 이후 정부가 유도해온 '원ㆍ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재정경제부는 이에 대해 "엔화 상승세에 비춰볼 때 원화의 오름폭이 지나치게 작다"며 모처럼 시장개입(달러매수) 없이 환율이 반등할 '호기'를 놓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외환전문가들은 "국내 달러공급 초과로 인해 원화환율이 엔화환율만큼 오르긴 어려워 당분간 원ㆍ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따로 노는 원화와 엔화 엔ㆍ달러 환율이 지난달 중순 이후 1백5엔대에서 1백11엔대까지 급등한 반면 원ㆍ달러 환율은 1천1백70원대의 좁은 박스권에서 맴돌고 있다. 종전 원화 대 엔화의 교환비율 11 대 1을 적용하면 원ㆍ엔 환율은 1천2백원 안팎이 돼야 정상적이다. 하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선 엔화환율 상승세를 빼곤 원화환율을 밀어올릴 만한 변변한 요인이 없다. 무엇보다 달러 매물벽이 두텁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이 달에만 국내 증시에서 2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기록적인 수출 호조로 인해 넘쳐나는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하려는 기업들도 줄을 서 있다. 여기에다 수입 원자재와 원유 가격 급등으로 외환당국이 고(高)환율을 고수하기 어려워진 것도 한 요인이다. ◆ 이젠 '디커플링'이 고민 지난해 9월 두바이 선진7개국(G7) 회담 이후 엔화가 강세(엔화환율 하락)로 돌아서면서 원화환율의 낙폭이 커지자 재경부는 '디커플링' 카드를 꺼냈다. 국내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회복이 더딘 데다 북핵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원화가 엔화를 쫓아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 이같은 '디커플링' 주장은 재경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지난 달 중순 이후 엔화가 약세로 반전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엔화환율의 상승세를 원화환율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재경부의 걱정거리가 된 것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재경부가 이번엔 엔화에 비해 원화의 상승폭이 작다는 이유로 시장개입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재경부가 아무리 버텨도 달러 매물이 너무 많아 원ㆍ엔 환율이 1백엔당 1천20원선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