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탄핵폭풍'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은 7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개입과 측근비리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탄핵발의에 돌입키로 결정하는 등 탄핵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탄핵추진이라는 당론을 재확인했으나 속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 등 여권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강경론과 신중론이 교차하는 한나라당의 내부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 2野 탄핵행보 가속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일부터 총무접촉을 갖고 사실상 탄핵공조에 착수했다. 양당은 탄핵을 추진한다는 '원론'에는 의견일치를 봤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5일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7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중립의무 위반과 본인ㆍ측근비리 등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헌정질서 수호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국회의원의 소명"이라며 "탄핵발의는 당대당으로 할 수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의원들이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당내 일부 의원의 반대에 대해 "취지에 동의하는 의원들의 서명을 받겠지만 동참하지 않는다 해서 취소는 있을 수 없다"며 "국민적 공감대는 상당히 성숙했다고 보며 국민공감대의 성숙은 헌정을 수호하겠다는 의원들의 결의와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다는 당론을 재확인한 뒤 구체적인 절차 등을 홍사덕 총무에게 위임했다. 홍 총무는 "노 대통령이 지난 1년처럼 앞으로 대한민국을 운영한다면 경제ㆍ안보가 파탄난다. 마땅히 해야할 일을 당당히 해 나겠다"며 "신중하지만 단호하게 탄핵안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발의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내 일부 반대파가 상존하는 데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의총에서 이상배 유한열 이근진 김광원 의원은 "머뭇거리면 총선에 필패한다"며 총선 전 탄핵안 추진을 주장했다. 반면 권오을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는 "책임은 원내1당인 한나라당이 질 수밖에 없고, 18일로 잡혀 있는 임시전당대회 분위기도 탄핵정국에 묻혀버릴 것"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민주당 내 반대파를 감안할 때 한나라당에서 80여명이 동참해야 발의가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확신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불임탄핵'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 반발하는 여권 =야당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추진에 열린우리당은 5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신기남 상임위원은 "대통령 탄핵추진은 국정혼란을 일으켜 선거를 혼전으로 몰아 넣으려는 야당의 음모이며,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한 말처럼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을 믿고 의연히 대처하자"고 주장했다. 김혁규 상임위원은 "야당은 탄핵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양수 사무처장도 "경제와 사회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개혁 대상자들이 탄핵을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소수여당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대야당의 횡포를 국민에게 알려 열린우리당의 정치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청와대도 '이성을 잃은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공세'라는 전날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윤태영 대변인은 "(야당의 탄핵추진에 대해) 더 이상 진전되거나, 관련된 내부적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사과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허원순ㆍ이재창ㆍ홍영식ㆍ박해영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