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명품'이냐, 난 '노 브랜드'다." 비싼 명품을 향해 이렇게 시위라도 하듯 백화점이나 할인점 한켠에서 이름 없는 제품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른바 '노 브랜드(no brand)' 제품이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 영플라자의 '무인양품(無印良品)'과 이마트의 '자연주의'다. 이런 제품엔 브랜드가 전혀 표시되지 않아 일견 이상해 보인다. 그런데도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고 다양한 상품이 한 곳에 모아져 있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떻게든 유명 브랜드를 붙여 비싸게 팔아먹는 상술이 판치는 와중에 품질에 자신이 없다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도전이다. '역발상의 전략'인 셈이다. 서울 명동에 있는 롯데 영플라자(옛 메트로미도파)는 지난해 11월부터 지하 1층과 지상 1층 2개 층에서 '무인양품'이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무인양품점은 일본에서 연간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새로운 개념의 매장이다. '무인양품'을 우리말로 쉽게 풀이하자면 '브랜드는 없지만 품질은 좋은 제품'쯤이 된다. 영플라자 무인양품점에서는 의류 식품 생활소품 가구 등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모아놓고 판매한다. 아직 초기지만 한달에 2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반기엔 월매출이 3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 안성수 CFD팀장은 "좀더 지켜본 뒤 점차 다른 점포로 입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PB(자체 브랜드)인 '자연주의'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에 첫선을 보인 이래 매출이 연평균 40∼50%씩 늘어나고 있다. 2001년 1백5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백억원에 달했다. 올해 목표는 7백억원이다. '자연주의'는 '미래형 멀티숍'을 표방한다. 이 매장에선 도자기 의류 가구 잡화 주방용품 등 20여개 상품군, 1천8백여개 품목의 상품을 팔고 있다. 현재 이마트 62개 점포중 47곳에 숍인숍 형태로 들어서 있다. 멀티숍이지만 브랜드 표시는 거의 없다. 브랜드보다는 상품 자체로 고객의 눈길을 끌어 객관적으로 평가받겠다는 전략이다. 그만큼 브랜드 관리비용이 적게 든다. 절감된 원가는 디자인 개선, 실용성 제고 등 품질 향상에 쓰인다. 자연주의 매장의 허자영 바이어는 "이마트의 후광 때문인지 브랜드 표시가 없어도 소비자들이 믿고 사간다"며 "품질로 승부해 국내 최고의 토털 생활용품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