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책공업종합대학과 미국 뉴욕의 시라큐스 대학이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가 냉각되고 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3년째 정보기술(IT) 분야 연구협력 사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共同)통신 워싱턴지국장을 지낸 일본의 미국통 저널리스트인 마쓰오후미오(松尾文夫)씨는 주오고론(中央公論) 2004년 3월호에 '미국이 노리는 '위기'이후의 통일조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핵 위기로 북-미 관계가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미국은 민간 차원의 대북 교류에 적극적이라며 오는 3월초 김책공대 관계자들이시라큐스 대학을 네 번째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난해 4월8일 김책공대 대표단이 시라큐스대를 방문, 5월7일까지 한달간 미국에 머문 사실을 지적하며 '납치문제'에 매달려 대북 교류에 나서지 못하는일본 정부의 발상 전환을 권고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이런 민간 차원의 교류를 허용하는데 대해 "동맹국(미국)을위해 자위대를 이라크게 보내는 일본이 반드시 인식해야 할 '미국의 또다른 얼굴'"이라고 지적했다 김책 공대 대표단이 한 달간 미국에 머문 지난해 4∼5월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3자회담(4.23∼25)이 아무 결론 없이 끝난 직후이자 바그다드가 함락돼(4.9)미국이 이라크 다음 공격 대상으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때였다. 마쓰오씨에 따르면 김책공대와 시라큐스 대학간 IT연구협력 사업은 2001년 6월시작됐으며 2002년 3월 전광천 김책공대 부학장 등 4명과 '큰물피해대책위원회' 대표 2명이 시라큐스 대학을 방문하고 3개월 뒤인 이 해 6월 시라큐스대학 관계자들이평양을 방문하면서 양국간 연구협력이 본격화됐다. 이후 2002년 12월 예정됐던 김책공대 대표단 60명의 방미 계획은 그 해 10월 불거진 핵 사태로 끝내 무산됐으나 이 때 신혜승 김책공대 컴퓨터센터 소장이 시라큐스 대학을 방문', 3일간 머물며 연구협력 문제를 논의했고 이듬해인 2003년 4∼5월약 한 달간 김책공대 연구진 4명이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김책공대 방문단은 스튜어트 토슨(Stuart J. Thorson) 교수 등 약 30명 시라큐스대 교수진과 함께 △전자도서관(디지털 라이브러리) △동시통역(머신 트랜스레이션) △의사결정 지원(디시젼 서포트) 분야에 대한 협력 사업을 논의했다. 이들은 또 당시 한 달간 미국에 머물며 뉴욕증권거래소와 뉴욕의 미국자연사박물관, 시라큐스 시청 등을 돌아봤으며 지난해 6월 두 대학과 뉴욕에 본부가 있는 코리아소사이어트, 뉴욕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등이 공동으로 '집적정보기술분야에관한 쌍무적 연구협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두 대학간 연구협력사업은 헨리루스재단 등이 지원하고 있으며 이 재단은 '타임'과 '포츈', '라이프' '스포츠일러스트레이션' 등을 소유한 언론 재벌로 반공(反共)의 기치를 내걸면서도 중국과 베트남 등 공산국가들과의 물밑교류를 지원했던 헨리루스(Henry Luce)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들 단체의 후원으로 시라큐스 대학은 1993년 중국 공무원 양성기관인 국무원직속 중국국가행정학원(CNSA) 및 칭화(淸華)대학과 공동 연구사업을 벌여 중국내 첫공공정책연구소를 설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1994년에는 베트남 공무원들을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했고 1999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학과 함께 행정전문가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마쓰오씨는 헨리루스재단과 포드재단 등 보수 그룹이 북-미 대학간 연구협력 사업을 지원하는데 대해 미국이 자유주의 문명을 확산시킬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소위'명백한 천명(manifest destiny) 의식'과 맥이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