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제국들이 완연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성장률이 올라가고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오랜 경제부진에 종지부를 찍는 양상이다. 경기과열을 막기위한 '금리인상'까지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을 정도이다. 미국은 지난해 연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3.1%로 기술주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감세정책 등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도 12월 실업률이 4.9%로 2년 반만에 처음으로 5%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연간 실업률(5.3%)은 전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는데 실업률이 전년도보다 떨어진 것은 90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중국 역시 지난해 성장이 9.1%로 6년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후발국인 동남아 국가들도 맹렬한 기세로 달리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세계 경제가 좋아지면 우리 경제도 호전될 것으로 전망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꾸로 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내수가 98년 외환위기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6개월째 뒷걸음질이다. 심각한 내수 침체로 인해 'IMF 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의 강력한 환율 방어정책에 힘입어 수출만 그나마 증가세를 보일 뿐이다. 정부는 12월 산업생산이 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조심스레 '경기바닥론'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그렇게 녹녹하진 않다. 광우병과 조류독감 파동이 확산되면서 식당 백화점 등 유통시장이 꽁꽁 얼어 붙은지 오래다. 게다가 휘발유값 상승 등 물가오름세가 소비심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과도한 규제남발로 아파트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건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경제의 회복 물결을 유독 우리만 타지 못하는 것은 '정책의 실패' 탓으로 밖에 볼수 없다. 국제 경제 흐름에 맞춘 중장기 정책이 아니라 땜질식 처방이나 선거용 정책남발 등으로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회복의 관건인 기업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인 노사문제에 관해 정부가 명확한 방향을 잡아주어야 하는데도 아직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경제'를 더이상 인기 유지나 선거의 도구로 사용할 경우 우리는 어쩌면 국제 경제의 영원한 낙오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