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을 장기 집권했던 김운용 총재가 사퇴한 세계태권도연맹(WTF)이 후임 총재 인선에 진통을 겪고 있다. 개인 비리로 구속 위기에 놓인 김운용씨가 지난 9일 사퇴 의사를 밝힌 뒤 WTF는2주일이 지나도록 총재 대행조차 선임하지 못한 채 후임 인사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있는 것. 한국에 기반을 둔 유일한 국제스포츠기구인 WTF는 현재 윌리엄 히블과 이상철,박차석(이상 미국), 박선재(이탈리아), 나트 인드라파나(태국), 토마스 시톨리(짐바브웨) 등 6명의 부총재를 두고 있다. WTF 정관에는 총재 유고시 수석 부총재가 총재 직무대행을 맡도록 규정됐지만정작 6명의 부총재 중 어느 누구도 수석 부총재로 선임한 적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운용 전임 총재가 사퇴한 직후 미국의 히블 부총재를 수석 부총재로지명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 전임총재는 사퇴 기자회견 직후 WTF 사무국에 서한을 보내 자신의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히블 부총재를 수석 부총재(First Vice President)로 표기한 것. 이 때문에 WTF 사무국은 히블 부총재를 과연 수석 부총재로 인정해야 되는가를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90년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위원장을 지냈던히블은 지난 2000년 WTF 총재로 위촉된 인물이다. 나머지 부총재들이 수십년간 태권도에 전념했던 인사인 것에 비해 히블은 태권도 경력이 턱없이 짧아 영향력도 그리 많지 않은 부총재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김 전임총재가 히블 부총재를 수석 부총재로 지명한 이유는 현재로선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WTF는 다음 달 15일 태국 방콕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후임 총재 인선 문제를논의할 예정이지만 30년간 집권했던 김운용 총재의 갑작스러운 공백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