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당총서기를 대대적으로 환영한 프랑스는 국제 다자질서를 강화하는 데 중국을 끌어들이고 거대한 시장인 중국과 경제관계를 강화하길 바라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64년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끌던 공산 중국을 인정한 이래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지난 94년 에두아르 발라뒤르 전총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재설정한이후 '베이징의 큰 친구'를 자처하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통치기간 내내 양국 관계는 꾸준히 강화돼왔다.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국가 주석이 지난 94년 訪佛한 데 이어 시라크 대통령이97년 중국을 방문했으며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는 사스(SARS.중증급 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던 지난해 4월 잇따라 방문계획을 취소한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 달리 訪中을 강행해 큰 환영을 받았다. 프랑스가 이처럼 중국을 중시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다자질서를 강화하는 데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라크 전쟁 당시 프랑스처럼 앞장서진 않았으나 반전 진영에 섰던 중국이 앞으로 미국의 주요 견제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프랑스는 보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국제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지금처럼 수렴한 적이 없었다"며 "두 나라는 다자질서를 강화하고 개선하는 데 같은 열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유럽연합(EU) 안에서 대중 무기수출금지 제재 해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드러나게문제삼는 것은 피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발동된 EU의 대중 무기금수조치가 상징성 외에 실질적인 의의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EU 회원국들이 제재 해제에 동의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 제재 조치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프랑스 외무부는 "베이징 올림픽, 상하이 국제박람회 등이 예정된 마당에 이를 지속하는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EU가 중국 인권문제를 크게 다루지 않도록 하는데도 앞장섰다. 그러나 다자적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데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프랑스의전략은 대만 문제, 중국과 미국의 관계 등으로 인해 제약받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자국 입장을 지지해줄 것을 바라고 있으나 프랑스가이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며 中-美 관계의 비중을 고려할 때 중국이 프랑스의 다자주의를 수용하는 데도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또 거대한 시장으로서 막강한 경제 파워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통상관계를 강화하길 바라고 있다. 프랑스의 중국에 대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양국 통상 관계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해 현재 프랑스의 14번째 수출 대상국으로 프랑스 수출량의 1%만을흡수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대중 무역적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독일의 대중 수출량은 프랑스의 4배가 넘는다. 프랑스는 이처럼 상대적으로 약한 중국과의 통상관계 강화를 당기 핵심 외교 과제로 삼고 있다. 후 주석이 취임 후 이번에 유럽을 처음 방문하면서 유일하게 프랑스만을 방문지로 택한 것은 중국 역시 對佛 관계의 전략적 활용도를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