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의 조류독감이 사람간에 서로 감염될 수 있는 유행성 독감으로 변이를 일으킬 경우 전세계적인 전염병이 될 가능성이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이미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조류독감이 가금류에 이어 가금류를 만진 사람에게까지 번져 베트남에서 6명, 태국에서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감염자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WHO는 이번 조류독감이 아직은 인간끼리 감염되는 수준의 변이를 일으키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바이러스 저장고' 인 조류를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행성 독감은 1세기에 3∼4번 정도 발생해 전세계를 휩쓸고 지나가며 최근 100년 사이 가장 무서웠던 1918∼1919년의 스페인 독감은 4천만∼5천만 명의 사망자를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스티브 오스트로프 부소장은 "새로운 유행성 독감은 수년간 잠복했던 인체 독감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나거나, 인체에 전염될 수 있도록 변이된 인간 이외 다른 동물성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두 가지 경우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 경우가 바로 조류독감에 해당되며, 독감에 걸려 있는 사람이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전염되면 인체 내에서 두 가지 바이러스가 결합, 인체 바이러스와조류 바이러스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시간대의 아널드 몬토 박사는 "바이러스가 조류 사이에 계속 번지면 스스로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며 "이것이 인간 대 인간으로 옮겨지면대규모 전염병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류독감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1997년으로 당시 홍콩에서 18명이 감염돼 6명이 숨졌으나 비교적 빨리 소멸됐다. 홍콩 보건당국은 3일 동안 150만 마리의 조류를 도살하는 기민함을 보여 바이러스의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조류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조류독감의 15가지 변종 중 하나인 H5N1 바이러스로 이 바이러스는 변이 속도가 빠르고 다른 동물 종의 독감 바이러스 인자와빨리 결합하는 특성을 지녔다. 지난해 12월부터 아시아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이번 조류독감도 역시 같은 H5N1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지만 1997년 당시 홍콩처럼 빨리 차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 조류독감 주요 발생국의 정부는 바이러스발생 사실을 숨기는데 급급해오다 사망자가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대처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예산과 기술이 부족한 이 나라들이 뒤늦게라도 조류독감 위기 상황을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류독감의 인간 전이를 막기 위한 노력에도 만약 유행성 독감이 시작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창궐했던 사스와는 달리 유행성 독감은 워낙 전염성이 높아 감염자를 격리조치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의 독감 치료약도 조류독감 치료에 쓰일 수 있지만 감염자가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치료약을 제때 공급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 올 겨울 미국에서 독감이 유행했을 때도 독감 백신이 순식간에 동났으며 현재어떤 나라도 타미플루나 릴렌자 등 독감 치료제 또는 기존의 아만타딘이나 리만타딘등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해놓지 못하고 있다. WHO는 이미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으나 제 때에 백신을공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이미 나와 있는 기존 조류독감 백신도 생산에 6개월이나 걸린다. (하노이.타이베이 AP=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