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노동운동으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아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합리적 노동운동을 외면한 채 노사가 서로 불신하다 결국 파국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90년대 후반까지 업계 매출 순위 2위까지 올라섰던 충남 아산의 I금속. 이 회사는 외환위기 이후 근로자들의 고통 분담으로 겨우 연명하던 중 회사측이 정리해고 아웃소싱 등을 실시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고통 분담을 감내했던 사원들의 배신감은 극에 달했고 "회사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1백50일간의 장기 파업을 벌인 것. 회사는 결국 폐업 절차를 밟았고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고 말았다. H단과학원의 경우 지난 2002년 4월 강사 8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학원측이 그 해 7월 폐업신고를 냈다. 노조가 폐업의 부당성을 들어 학원장을 고소하자 학원도 맞고소를 했다. 분규 발생→폐업→맞고소는 망하는 회사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코스다. 분규는 사소한 것에서 비롯됐다. 노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근로자들 몰래 이미 노조가 만들어진 것처럼 문서를 꾸며 놓은게 이유였다. 한때 잘 나가던 광주의 D병원은 노사간 대화 부재로 망한 경우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노조는 상급단체의 운동 방향을 지나치게 따르며 강경 노선을 걷다 노조 설립 7개월 만에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문구회사 M코리아는 노조측의 섣부른 투쟁이 회사를 파국으로 몰고간 경우다. 이 회사는 99년 초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BIG에 매각을 추진했다. 노조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협상의 주체로 참여하게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또 체불임금 청산, 고용승계 없는 해외 매각 반대를 명분으로 가두 투쟁에 나섰다. 결국 매각 협상은 결렬되고 그 해 말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하지만 노조들은 회사가 망하고 난 뒤 한결같이 후회했다. 한 노조 간부는 "되돌아 보면 안타깝고 아쉽다. 그때 합리적 노동운동을 펼쳤더라면 일자리를 쉽게 잃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