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뇌물비리 또는 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돼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여야 국회의원 6명이 10일 새벽 서울구치소에 각각 구속 수감됐다. 이날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돼 구치소에 수감된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김영일.박주천.박명환 의원, 민주당 박주선.이훈평 의원,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 등 총 6명으로 대검과 서울지검, 서부지청에서 차례로 영장이 집행됐다. 구치소로 가기 위해 이날 새벽 2시30분부터 5분 간격으로 잇따라 모습을 나타낸 의원들은 한결같이 검찰이 적용한 혐의 내용을 부인하거나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영일 의원은 "공당의 사무총장으로서 불법모금을 지시할 수 있었겠느냐"면서사전 공모 의혹을 부인했으며, "금호에서 받은 돈은 환전해서 대선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원죄라고 할 수 있는 정치자금 관행을 끊고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여운을 남긴 뒤 승용차에 몸을 싣고 대검 청사를 떠났다. 김 의원에 이어 나타난 박주천 의원은 "혐의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혐의가 없는데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검찰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대가성이 전혀 없는 돈인데 있다고 하니까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훈평 의원은 "국민과 저를 뽑아준 관악구민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더할나위없이 송구스럽다"고 말하고 "재판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고 다시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특히 "그럼 옥중출마를 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하고 "(현대측에) 공사수주 청탁을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민원 차원이었으며 돈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뇌물이라고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같은당 의원들의 영장 집행을 지켜보기 위해 대검 민원실 근처에 나와있던 심규철 의원은 이 의원이 구치소로 가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민주당 의원이지만 막상 구속되는 것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동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검에서 마지막으로 영장이 집행된 박명환 의원은 미리 구속을 예감하고 있었던 듯 점퍼 차림으로 나타났으며 "지금은 아무것도 할말이 없으며 앞으로 법정에서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2시30분께 서울지검에서 영장이 집행된 정대철 의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내내 함구로 일관하다 "나중에 얘기하자"는 한마디를 남기고는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그러나 정 의원의 모습을 촬영하는 사진기자들과 정 의원의 지지자들로 보이는사람들이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사진기자들이 넘어져 카메라가 파손되는 불상사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간 검찰수사에 강하게 반발해왔던 박주선 의원도 이날 새벽 3시께 서울 서부지청 현관 앞에 나타나 "일단 사법부의 결정이기 때문에 존중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결백과 무죄를 말하고 싶다. 검찰이 펼쳐놓은 마녀사냥의 그물을 뚫지 못했지만사즉생(死卽生),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을 되뇌이면서 오늘은 돌아간다"라고말했다. 그는 특히 법원에서 나라종금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자신의 혐의를 삭제하고 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 "법원에서 범죄의 소명 부족을 인정한 것"이라며 "내가 정치검찰의 폭력에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검찰수사에 승복할 수 없다"며 검찰과 일전불사의 의지를 비쳤다. 한편 여야 의원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집행된 대검, 서울지검, 서울 서부지청 등에는 각당 당직자와 지지자 100여명이 찾아와 쌀쌀한 날씨속에서도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의원들의 구치소행을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조준형.정윤섭 기자 phillife@yna.co.kr jhcho@yna.co.kr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