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지 두달이 지나면서 부동산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강남아파트 시장에서 시작된 가격급락과 거래실종의 양상이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미분양.미계약 사태가 잇따라 건설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 강남시장, 타격 가장 크다 = 10.29대책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바로부동산 거품의 근원지였던 강남 아파트시장으로 이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급락세를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 10.29대책 이후 두달간 서울 전체 아파트 변동률은 -0.6%에그쳤지만 이 지역은 강남 -3%, 강동 -5.1%, 송파 -3.8% 등 두드러진 가격하락세를보이고 있다. 더구나 내년에는 ▲재건축 조합원분양권 전매금지 ▲양도.보유세 강화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추진 등 악재가 겹겹이 기다리고 있어 연말강남 아파트시장은 더욱 얼어붙는 분위기이다. 강남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던 반포주공 아파트는 10.29대책 발표이후 끝모를추락을 거듭해 한때 시세가 7억원 이상으로 올라갔던 2단지 18평형이 지금 2억원가량 떨어진 5억1천만원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최고 5억7천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졌던 개포주공 4단지 13평형은 4억1천만원까지 떨어졌으며 5억3천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갔던 잠실1단지 13평형은 4억3천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잠실 부동산마을의 최상무 대표는 "최근 다주택보유자들이 아주 싼 급매물들을내놓으면서 거래가 일부 이뤄졌으나 악재가 중첩된 내년이 다가오면서 거래가 다시끊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9.5대책 이후에는 오히려 큰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강남의 중대형아파트도 10.29대책에는 항복선언을 하고 말았다. '강남 빅3'로 불리며 대치동 일대의 가격상승을 주도했던 개포우성과 선경 31평형은 10.29대책이전 9억원대 이하로는 호가가 절대 떨어지지 않았으나 이달들어 8억원 이하에서 거래가 이뤄진 실정이다. ◆ 수도권.지방도 '한파주의보' = 수도권과 지방시장도 10.29대책의 강한 후폭풍으로 지난 두달간 가격하락이 이어져 다주택 보유자들이 가격을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상 떨어뜨린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최고 6억5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던 용인 성복동 LG빌리지1차 61평형은 1억원이상 떨어진 5억원대의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가끔 5억원 미만의 저가 급매물의 거래가 이뤄질 뿐이다. 용인 성복동 중앙공인 관계자는 "다주택 보유자들이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을내놓고 있지만 매수자가 워낙 없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책 발표이후 거래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해 문닫는 중개업자도 많다"고 전했다. 지난 8~9월 가격이 급등했던 분당도 서현동, 수내동, 정자동, 분당동, 야탑동등 분당 전체적으로 가격하락세가 뚜렷하다. 4억9천만원까지 호가가 올라갔던 야탑동 장미동부 32평형의 경우 로열층은 4억원, 비로열층은 3억8천만원까지 떨어진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를 찾기힘든 상황이다. 행정수도 이전의 호재를 타고 올들어 전국에서 집값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대전도 10.29대책의 직격탄을 맞아 호가가 3억8천만원에 달했던 둔산동 한마루 37평형은1억원이상 떨어진 2억6천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그동안 원정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 놓았으나 정부 대책 발표이후 투자자들이 발길을 끊어 급격히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해운대구와 수영구를 중심으로 다주택 보유자들이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세는 실종된 상황이다. ◆ 신규 분양시장 '초토화' = 신규 분양시장도 10.29대책의 후폭풍 영향권에서벗어나지 못하면서 미분양.미계약 사태가 잇따라 시행.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우려가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하반기 분양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지구로 관심을 모았던 파주 교하지구에서는 3순위까지 청약접수를 마치고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는 곳이 잇따라 분양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316가구를 분양한 파주 금촌 중앙하이츠는 외환위기이후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1순위에서 단 한명도 청약하지 않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달초 실시된 서울 11차 동시분양 청약접수에서는 올들어 1차부터 10차까지 미분양된 아파트를 모두 합친 가구수보다 많은 332가구의 미분양 사태가 벌어져 분양시장의 침체를 여실히 보여줬다. 10.29대책전까지 수십대일의 경쟁률로 과열 양상을 보였던 주상복합시장도 순식간에 얼어붙어 강남 논현동 동양파라곤의 경우 1순위에서 대거 미분양이 나왔다. 시행.건설업체들은 급변한 시장 상황에 놀라 분양가 인하와 금융혜택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달라진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는 쉽지않을 전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부동산시장은 장기침체의 초기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시행.건설업계가 분양가 대폭 인하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때만시장의 침체가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김희선기자 ssah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