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3일 체포됨에따라 그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가문의 2대에 걸친 `악연(惡緣)'도 막을 내릴 전망이다. 부시가와 후세인의 ‘악연’은 지난 91년 1월17일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응징하기 위해 걸프전을 개시하면서시작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기는 했지만 후세인을 제거하지는 못했고, 이후 재선고지 달성에도 실패하는 쓰라린 아픔을 겪어야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나는 미워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쉽게 미워하지도 않지만 후세인은 정말 증오한다"며 걸프전 때 후세인을 제거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을 정도였다. 후세인은 걸프전이 종료된 이후 걸프전의 진정한 승자는 이라크라고 주장하면서건재를 과시했지만 지난 2000년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악연은 다시 시작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29일 후세인이 통치해온 이라크를 북한,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했고, 이에 대해 후세인은 부시 대통령을아랍을 지배하려는 패권주의자로 규정하며 맞받아 쳤다. 부시 대통령은 결국 지난 3월17일 후세인에게 48시간내에 이라크를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고, 후세인이 이를 거부하자 3월20일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첨단무기를 동원한 융단폭격을 통해 바그다드를 함락시킨 부시 대통령은 5월1일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하지만 후세인은 7월22일 두 아들 쿠사이와 우다이를 미군 폭격으로 잃는 아픔을 겪으면서 도주를 거듭하면서도 이라크 저항세력의 연쇄폭탄테러 등을 지원하며끊질기게 저항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2004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문제로인해 아버지의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도 제기되기도 했지만 13일 후세인이 체포됨으로써 양 가문의 악연은 막을 내렸고, 부시 대통령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걸프전 당시 각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으로 전쟁을 이끌었던 딕 체니 현 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걸프전의 망령을 떨쳐버리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한편 지난 7월 후세인의 두 아들 쿠사이와 우다이가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데 이어 후세인까지 체포됨으로써 후세인 일가의 영욕의 세월도 막을 내리게됐다. 특히 일부 외신은 레바논에 머물고 있는 후세인의 두번째 부인 사미라 샤흐반다르가 후세인 소재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하고 있어 후세인 일가의비극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미군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후세인은 매우 가까운 가족중 한명이 미군측에 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사미라는 이라크 전쟁이후 레바논으로 피신해 후세인의 아들 가운데 유일하게살아있는 알리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동안 매주 최소 한번은 전화나 편지로 후세인과 연락해 왔다고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보도한바 있다. 후세인의 첫부인 사지다 헤이랄라 텔파와 막내딸 할라는 후세인 정권 붕괴전에사지다가 입양한 두 아이와 함께 예멘의 수도 사나로 이동해 살고 있는 것으로 쿠웨이트 신문 알-라이 알-아암이 최근 보도했다. 사지다는 40년전 이집트에서 자신과 사촌지간인 후세인과 결혼했으며 당시 후세인은 압델 카림 카셈 총리 암살 음모에 가담한 후 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집트로 피신해 있었다 그러나 사지다의 큰 딸 라가드와 라나는 지난 7월31일 자녀들을 데리고 요르단으로 망명한바 있어 후세인 일가는 이래저래 이산의 아픔을 계속 감수해야할 운명인것 같다. 한편 후세인의 사위인 자말 무스타파 압둘라 알-티크리티와 후세인의 형제로 정보기관 책임자를 지낸 바르잔 이브라힘 하산 알-티크리티 및 내무장관을 지낸 와트반 이브라힘 하산 알-티크리트 등은 미군에 체포돼 구금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ash@yna.co.kr